뿔난 펠로톤(Peloton)의 고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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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9. 9.
주식에 갓 입문한 주린이로서 투자한 기업들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홈트계의 넷플릭스로 불리는 펠로톤은 스크린이 탑재된 스피닝 자전거와 트레드밀을 파는 기업인데, 요즘 미국과 유럽에서 그 인기가 뜨겁다.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에서 약 90만 대의 자전거를 판매했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해 야외활동이 어려워지자 사람들이 집에서 운동을 하면서 펠로톤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운동기구만 파는 게 아니라 구독 서비스를 통해 여러 가지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인스타그램에 펠로톤 운동 인증샷이 매일 올라오고, 새로 가입하는 고객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근데 그 펠로톤 고객들이 뿔이 났다. 그 이유는 바로 2020년 9월 9일에 새로 출시된 스피닝 자전거 'BIKE+' 때문이다. 그러니까 신제품이 나올 거면 미리 알려줘야지 왜 알려주지도 않고 갑자기 신제품을 출시하느냐는 것이다. 미리 알았으면 기다렸다가 신제품을 사지 누가 기존 제품을 사느냐는 분노다.
펠로톤이 인스타그램에 신제품 출시를 알리는 게시물을 올렸더니 하루 만에 댓글이 4000개가 넘게 달렸다. 댓글들 대부분이 화를 내고 있다.
"바로 30일 전에 샀는데! 왜 새 자전거가 나온다고 미리 말하지 않았지? 지금 너무 실망했다."
"이 팬데믹 기간에 펠로톤이 고객들에게 몇 달 안에 BIKE+가 새로 나온다는 사실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에 크게 실망했다. 그걸 알았다면 대부분 사람들이 그게 나올 때까지 기다렸을 것이다. 교활한 짓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이제 펠로톤에 대해 좋은 말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동의한다! 펠로톤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 고객의 충성도가 전부다. 우리는 힘을 합쳐 탄원서를 내야 한다. 나는 펠로톤 주식을 팔아치울 거다!"
"이건 말도 안 된다. 펠로톤은 새로운 고객들을 위해 90일 동안 환불 정책을 연장해야 한다."
"고객 서비스에 너무 실망했다. 내가 산 자전거는 8월 5일에 배달되어 왔다. 이미 환불을 받을 수도 없고 새로 다시 살 수도 없다. 새 자전거가 나올 줄 알았다면 한 달을 기다렸을 것이다. 자전거를 환불하고 싶다."
안타깝다. 펠로톤은 고객 충성도로 유지되는 기업인데, 고객들이 이리 화가 났으니 펠로톤도 가만히만 있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어떤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꽤 많은 고객들이 이탈하지 않을까.
구제품인 BIKE와 신제품인 BIKE+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스크린이다. BIKE는 스크린이 회전이 안 된다. 그래서 자전거를 탄 상태에서만 스크린을 보면서 운동을 해야 한다. 그런데 BIKE+는 스크린이 회전이 되어서 스크린만 돌려놓고 꼭 자전거에 타지 않고도 스피닝 이외의 운동을 할 수 있다. 또 스피커 기능이 향상되었고 애플 워치 동기화 기능이 추가되었다.
고객들이 화가 난 게 충분히 이해가 된다. 신제품이 나오기 직전에 구제품을 구입한 고객들은 운동을 하는 내내 기분이 나쁠 것이다. 아니, 조금만 기다렸다가 샀으면 더 좋은 제품으로 더 편하게 운동할 수 있었을 텐데. 아놔, 왜 내가 이런 거로 운동을 해야 하냐고. 아, 열 받아. 이게 뭐냐고, 진짜. 아. 진짜, 운동 안 해. 짜증 나!
기존의 스피닝 자전거 'BIKE'는 2,245달러로 우리 돈으로 약 265만원인데, 신제품 BIKE+는 2,500달러로 우리 돈으로 거의 300만원에 가깝다. 신제품이 나오고 BIKE는 1,895달러(약225만원)로 할인이 들어갔다. 구제품과 신제품의 가격 차이도 그렇게 크지 않다. 이건 고객을 기만하는 짓이 아닐 수 없다.
애플 같은 경우는 신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미리 고객에게 알린다. 그래서 고객들은 흥분과 설렘을 안고 신제품 출시를 기다린다. 물론 그걸 기다리기 싫은 사람은 알아서 기존 제품을 구입하면 된다. 하지만 신제품 출시 소식이 예고된 거랑 예고 없이 출시된 것은 고객 입장에서 다르다. 고객은 무시받은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떨어졌던 펠로톤 주가가 어제 다시 올라서 좋아했었는데, 이런 불상사가 생기다니! 펠로톤 똑바로 해라!!! 내가 지켜보고 있다!!! 이런 식으로 고객을 기만하면 오래 못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