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온 지 3개월 정도가 지났다.
내 새로운 직업은 한국어 강사.
일본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안 되는 일본어로 꾸역꾸역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문법은 가르치지 않는다.
자동차를 운전하기 위해 자동차 구조를 알 필요는 없다.
근데 다른 강사 선생님들은 전부 문법을 가르친다.
나는 거의 문법은 최소한으로 하고, 아니면 아예 가르치지 않는다.
말을 하는 데 문법은 필요 없다, 는 게 내 생각.
만약 학원에서 내 강의 스타일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면 바로 그만두면 된다.
그정도로 가볍게 일을 하고 있다.
아니면 말고, 가 짱이다.
내가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는 없다.
더욱이 문법을 가르치면 나도 그렇고 학생들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대체 말을 하기 위해서 '빠르다'를 '빨라요'로 바꾸는 방법을 왜 알아야 하는가.
이건 불규칙이고 저건 예외고 어쩌고 저쩌고를 알 필요가 있나.
언어는 그냥 많이 듣고 많이 읽으면서 감각을 키우고 어휘를 졸라 늘리면 된다.
그게 다다.
누가 말할 때 문법을 생각하면서 말하나.
그냥 문장을 졸라 많이 듣고 읽다 보면 그 문장 안에 문법이 다 들어가 있다.
문법을 배우고 말을 배우는 게 아니라 말을 배우면 그 말에 그냥 문법이 녹아 있는 거다.
학원에선 거꾸로 가르치고 있다.
언어는 소리인데, 문자부터 졸라 가르치고, 언어는 말인데, 문법부터 졸라 가르친다.
나는 일단 처음 수업에 들어가면 학생들에게 무자막으로 한국 콘텐츠를 보라고 한다.
그게 먼저다.
일단 들려야 한다.
의미를 몰라도 들려야 한다.
자기소개를 아무리 달달 외워서 말할 수 있다고 해도, 한국말을 못 알아들으면 무슨 소용인가.
그리고 문법 수업은 굳이 네이티브인 한국인이 가르칠 이유가 없다.
문법은 정해진 규칙이기 때문에 공부하면 누구라도 익힐 수 있는 것이다.
굳이 한국인 강사한테 한국어 문법을 배울 이유가 뭔가.
한국인한테 이왕 배울 거 살아있는 언어를 배워야지 왜 문법 따위를 배우고 있는지.
교육은 철학이 중요하다.
내 철학은 이거다.
언어는 공부하는 게 아니다.
그냥 듣고 읽고 즐기는 거다.
난 내 스타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