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과 사랑에 빠진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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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사랑해요. 당신의 옆에서 당신의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어 행복해요."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그녀Her>. 이혼을 코 앞에 둔 남자. 어린 시절부터 성장을 함께 해온 부인과의 이별 후 제대로 여자를 만나지 못한다. 그런 그에게 찾아온 한 명의 여자. 사실 여자인지, 남자인지 분간할 수 없다. 몸 없이 목소리만 존재하는 그녀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과 사랑에 빠진 남자. 보지 않고 만지지 않아도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사이버 섹스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질투하고 걱정한다. 가히 사랑이라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대체 누구를 사랑한단 말인가. 실체가 없는데.
  
이 사랑의 결론. 결국 프로그램은 떠난다. 종료된다. 애초에 설정되었던 건지, 아니면 프로그램이 셀프 종료를 한 건지는 모르겠다. 감정을 느끼며 스스로 진화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인간과 프로그램은 다르다. 프로그램은 자신이 인간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남자와 사랑을 하면서 느낀 감정을 통해 그 사실을 직접 경험하면서 프로그램은 스스로 'EXIT'로 달려간다. 감정을 느끼는 프로그램의 종착지는 정해져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자신이 느끼는 그 감정이라는 것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 감정은 디지털 신호로 이루어진 것일 뿐.

영화가 이야기하는 것은 '사랑'일 것이다. 사랑은 몸이 있어야 한다? 사랑은 몸이 없어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사랑을 느끼려면 상대방을 만질 수 있어야만 가능한가? 정신적인 사랑? 정신과 물질? 소유냐, 존재냐? 영화 속 거리의 사람들은 저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프로그램과 대화를 한다. 주인공만 그런 줄 알았는데 모두가 그렇게 프로그램과 대화에 열중한다. 외로운 사람들.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줄 사람은 없다. 돈을 주고 산 프로그램만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프로그램과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인간의 고독, 외로움에서 기인하는가. 고독을 고백할 사람도 없는 외로운 현대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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