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을 멈추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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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와서 일본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 지 거의 2년이다.

처음엔 그냥 교재에 있는 걸 잘 설명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설명 위주의 수업을 열심히 했다.

하지만 몇 개월을 그렇게 수업해도 간단한 말 한마디조차 못 하는 학생들은 보고 이대로는 안 된다 생각했다.

외국어 학습법 관련 책을 수십 권 읽었다.

그리고 현장에 직접 적용해 봤다.

100% 한국어만 써서 수업하는 건 무리가 있었다.

수업에서 한국어만 썼더니 심지어 학생에게 클레임이 들어오기도 했다.

일본어 좀 써달라는 클레임이.

한국어 배우러 온 학생이 선생이 한국어를 많이 한다고 클레임을 넣는 게 현실이다.

물론 단계가 필요하다.

완전 초심자에게는 학생의 모국어로 접근할 필요가 어느 정도 있다.

하지만 그 클레임을 넣은 학생은 초심자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다른 선생들이 수업 때 죄다 일본어만 쓰니까 한국어를 쓰는 내가 불편했던 거다.

 

어쨌든 내 수업 스타일은 계속 바뀌고 바뀌었다.

진화했다.

 

외국어를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안다.

그걸 현장에서 실천하면 된다.

근데 내가 열받는 건 이런 거다.

지금 이 학원은 학생이 선생을 고를 수 있다.

그래서 다른 선생한테 오랫동안 수업을 듣던 학생이 나를 선택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근데 그때마다 그 학생들은 정말 간단한 회화조차 못 한다.

대체 그동안 뭘 배운 건지 모르겠다.

이유는 명확하다.

책만 봤기 때문이다.

선생이 수업 시간에 책에 있는 내용만 설명했기 때문이다.

언어는 설명이 아니다.

설명해서는 결코 습득되지 않는다.

 

이 학원의 모든 선생들은 언어를 공부의 대상으로 보고 설명하려고 한다.

설명하면 안 된다.

설명하면 머리는 알지만 몸이 받아들이지 못한다.

언어는, 말은 몸으로 하는 공부다.

즉 훈련을 해야 하는 거다.

설명이 아니라 훈련을 해야 하는 거다.

 

축구를 잘하고 싶은데 유튜브에서 축구 영상만 본다고 잘해지겠는가.

운동장에 가서 공을 차야지.

 

여기 선생님들은 축구를 배우러 온 학생들에게 그냥 입으로 설명만 해주고 있다.

근데 학생들도 참 어리석은 게 그런 선생들을 좋은 선생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모국어로 친절히 설명해주니까 좋은 선생이라고 생각한다.

자신들이 그런 선생에게 몇 년을 배워도 간단한 대화조차 못 하면서 말이다.

 

그러니까 언어 습득의 왕도는 훈련이다.

그러니까 선생은 선생이 아니라 코치 역할일 뿐이다.

나는 그냥 코치를 해주면 된다.

결국 몸을 움직여서 공을 차야 하는 건 학생 본인이다.

설명하는 게 아니라 훈련을 시키면 되는 거다.

몸이 기억할 만큼 지겹도록 훈련을 시키면 되는 거다.

 

그래서 언어를 익히려면 절대적인 시간 확보가 필요하다.

한달에 8번 수업하는 나의 담당 학생이 있는데, 그 학생은 지금 나와 세 달 정도 했는데 기본적 대화가 가능하다.

그냥 많이 하면 된다.

근데 그게 공부를 많이 하면 되는 게 아니라 많이 훈련해야 하는 거다.

문장 하나 하나에 정성을 들여 내 것으로 만들어 가면서 훈련하면 되는 거다.

 

다른 선생들은 고민을 하지 않는다.

학생들이 몇 개월 몇 년을 배워도 말을 하지 못하는데, 거기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다.

그저 학생 탓만 한다.

물론 학생 탓도 있다.

근데 선생 탓도 있다.

왜냐 선생은 코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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