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개의 넷플릭스 SF 드라마 <바이오해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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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팟캐스트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있네'에서 언급되어 본 독일 SF 드라마 <바이오해커스>. 테크노 스릴러라고 한단다. 넷플릭스 시리즈로 6회 차 30분가량의 러닝타임으로 가볍게 볼 수 있는 콘텐츠다. 하지만 SF답게 내용은 살짝 가볍지 않다. 유전자 조작, 염기서열, RNA 등등 어려운 용어들이 줄줄이 등장하지만 이걸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드라마를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줄거리는 이렇다. 유전자 조작으로 쌍둥이 남동생을 잃은 미아가 인류를 구원한다는 명목으로 불법적 유전자 조작을 일삼은 로렌츠 교수에게 접근해 복수를 하는 것. 저명한 교수이기에 일개 대학 신입생이 접근하기는 어렵기에 미아는 먼저 로렌츠 교수의 조교인 야스퍼에서 접근한다. 이성적으로 관심이 있는 척 말이다. 하여간 남자들이란, 야스퍼는 미모의 대학 새내기에게 금방 넘어가 버리고, 로렌츠 교수의 정보를 자기도 모르게 술술 미아에게 알려 준다. 야스퍼를 이용해 미아는 로렌츠 교수의 연구 자료에 접근하고 그의 불법적 만행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고자 한다. 유전자 조작으로 목숨을 잃은 것은 미아의 남동생뿐 아니라 수백 명이었으니,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 로렌츠 교수는 철컹철컹 감옥행이다. 하지만 야스퍼는 이런 미아의 계획을 눈치채고 로렌츠 교수의 편에 선다. 야스퍼에게는 로렌츠 교수의 편을 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으니 말이다. 연인에서 적이 되어 버린 미아와 야스퍼. 미아는 복수를 위해, 야스퍼는 살기 위해.

 

특별할 것 없는 줄거리. 이 영화의 로렌츠 교수는 또 전형적인 인물이다. 인류를 위해, 대의를 위해 소수는 희생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죄와 벌>의 라스꼴리니코프와 같은 인물. 적어도 라스콜리니코프는 마지막이 참회를 하지만 로렌츠 교수는 끝까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질병 없는 세계를 위해 유전자 조작을 당해 목숨을 잃은 아이들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는 것. 무서운 생각이 아닐 수 없다. 다수가 살기 위해 소수가 죽어야 한다. 정녕 그래야 다수가 살 수 있다고 한다면 소수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인류의 자유를 위해 스스로 심장을 바친 '조사병단'만큼의 각오가 있어야 그 희생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희생은 강요할 수 없다.

 

 

 

드라마의 전개는 무척이나 빠르다. 6회차에 끝내려다 보니 그랬을까. 미아는 너무나 빠르게 로렌츠 교수에게 접근하고 너무나 빠르게 그의 실험실에 접근하고 너무나 빠르게 그의 비밀 자료들을 빼돌린다. 그리고 너무나 빠르게 복수가 성공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여러 과정들이 생략되어 정말 드라마 같은 드라마가 되어 버렸다. 전개가 빨라서 몰입감은 높지만 딱 거기까지다. 2019년 5월에 촬영을 시작해서 9월에 끝냈다고 한다. 5개월 만에 드라마 한 편을 끝낼 수 있는 건가? 그래서 그런지 넷플릭스 제작 시리즈는 화려하긴 한데 깊이가 없단 말이야.

 

내가 기대했던 것은 좀더 과학적인 것들. 그러니까 유전자 조작에 관한 최근 과학계의 성과들을 바탕으로 어떤 상상력이 있을지를 기대했다. 하지만 유전자 조작은 단지 소재에 불과했을 뿐, 크게 뭐가 나오진 않았다. 혓바닥에서 DNA를 채취해서 그것만으로 사람의 얼굴을 이미지화할 수 있는 것은 흥미로웠다. 이미 그런 기술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또 형광빛 나는 쥐와 식물도 신기했다.

 

 

과학적인 것들보다 이 드라마에서 알게 된 것은 독일 젊은이들의 문화다. 이들은 역시나 환경 선진국 독일의 청년들답게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어딜 갈 때는 무조건 자전거를 이용한다. 젊은 남녀들이 짝지어 놀러 갈 때도 짝 지어 자전거를 타고 놀러 간다. 헬멧은 쓰지 않는다. 또 대학에 입학하면 신입생 파티라는 걸 하는데, 우리나라의 OT 문화라는 또 다르다. 그냥 학과 상관없이 지들끼리 모여서 파티를 하고 논다. 자유롭다. 아, 그리고 역시나 독일인들은 옷을 무지하게 못 입는다. 어떤 책에서 읽은 건데, 독일 대학생들은 정말 옷을 후줄근하게 입는다고. 그게 스타일이라고 한다. 여기 나오는 대학생들, 특히 남학생들은 그냥 청바지에 티셔츠면 끝이다. 참으로 대학생답다. 요즘의 트렌디한 드라마들을 보면 눈살을 찌푸려지는 게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씬이 바뀔 때마다 옷이 바뀌는데 그 옷들이 죄다 화려하고 너무나 패셔너블하다. 이런 면에선 이 드라마는 겉멋 부리지 않고 결말을 향해 직선으로 달려가는 게 마음엔 든다.

 

시즌 2가 나올 법하게 드라마가 막을 내렸는데, 반전도 있고 해서 시즌 2가 나온다면 시간을 들여 볼 생각이긴 하다. 못 봐줄 드라마는 아니니, 시간은 아깝지 않다. 이거 보기 전에 <#살아있다> 보려고 했는데, 5분 보다가 도저히 못 보겠어서 껐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는 충분히 몰입해서 볼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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