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취업 비자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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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11. 9.
취업 비자가 나왔다. 곧 일본에 간다.
사실 일본에 다시는 갈 생각이 없었다.
일본 워킹홀리데이를 1년 만기를 채우지 못하고 6개월 만에 돌아왔다.
그리곤 일본과의 인연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온 뒤 인생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직장을 다니다 직장 생활은 아닌 것 같아 프리랜서로 여러 가지 일을 했다.
일어 번역을 하고, 미디어 교육을 하고, 영상 촬영과 영상 편집을 했다.
유튜브도 했다.
적당히 살 만은 했다. 하지만 과연 이게 지속가능할까?
다시 직장을 알아보았다.
내 나이 30대 중반.
이력서를 넣으면 예전만큼 연락이 오질 않았다.
아니, 거의 연락이 오질 않았다.
거기서 나는 현실을 실감한다.
나 이제 취업도 쉽게 못 할 나이가 되었구나.
그리고 눈을 다시 일본으로 돌렸다.
월드잡에 들어가 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구인공고를 찾아 이력서를 넣었다.
내가 가진 거라곤 일본어능력시험 1급(N1) 자격증과 관련학과 전공, 그리고 관련 업무 경력 아주 조금.
일본 쪽에서 연락이 왔다.
단체 면접을 보는 데 오란다.
추운 겨울이었다.
면접장에는 1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모였다.
내 접수 번호가 82번인가 그랬다.
82명을 기다려 면접을 보았고 그 자리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다.
내 인생에 추호의 계획도 없던 해외취업을 하게 된 것이다.
얼떨결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일 게다.
합격 통보를 받고 몹시 설렜지만 이것도 잠깐이었다.
갑작스러운 코로나19 사태로 일본 입국이 무기한 연장되었다.
원래 올해 3월 입국 예정이었으나 한 달 두 달 연기되더니 아직까지 이 상황이다.
입국 제한이 풀리길 기다리며 교육과 편집 일을 계속했다.
처음엔 일본어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손에서 놓아 버렸다.
언제 일본에 갈 수 있을지 기대는 놓아 버린 지 오래였다.
그러다 10월 드디어 입국 제한이 완화되어 일본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일본 취업에 대한 의지는 변함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고민했다.
가느냐 마느냐.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있고, 앞으로 할 일도 남아 있었다.
어쨌든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마치고 가기로 결정했다.
결국은 가기로 한 것.
코로나로 입국이 연기되었을 때 한국의 다른 곳에 이력서를 한 번 넣은 적이 있다.
이게 된다면 일본에 가지 않을 작정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연락은 오지 않았다.
나이 때문일까.
20대에는 이력서를 넣으면 족족 연락이 왔었는데,
30대 중반이 되니 도통 연락이 없다.
역시 한국은, 이라며 한국에서의 취업은 그렇게 다시 포기했다.
아마도 다음 달, 그러니까 12월에는 일본에 갈 것이다.
아직도 마음엔 조금의 망설임이 남아 있다.
가는 게 맞는 걸까?
모르겠다.
하지만 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망설임은 있지만 후회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