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욱 샘이 밥을 사주겠다고 해서 수업이 없는 시간에 같이 밥을 먹었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미지급된 돈을 이번에 받았다고 사주겠다는 것이었다.
예상에 없던 돈이 생겨서 내게 밥을 사주겠다는 것인데, 나를 그렇게 생각해 줄 줄은 몰랐다.
상욱 샘은 7~8년 정도 일본에서 일을 했는데, 팬시용품인가 그런 것들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였다.
근데 그 일을 과감히 그만두고 지금 한국어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디자인 일을 하면서 많이 지쳤다고 했다.
상욱 샘이 봐 둔 한식당이 있다고 거기로 가자고 했다.
그런데 문이 닫혀 있었다. 코로나 때문인지 점심 영업만 해서 저녁 시간에는 문이 닫혀 있었다.
어딜 갈까 하다가 근처 소바집으로 갔다.
상욱 샘은 이왕 먹을 거 밥을 먹자고 했지만, 난 소바도 좋다고 했고, 그렇게 소바집으로 들어갔다.
나는 차가운 소바를, 상욱 샘은 따뜻한 소바를 시켰다.
소바를 먹으면 나는 물었다.
-전에 다니던 회사 그만둔 거 후회는 안 하세요?
망설임 없이 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안 하죠.
내가 이런 질문을 한 건 요즘 들어 내가 전에 다니던 회사들을 그만둔 것에 대한 생각이 자꾸 들어서이다.
그때 그만두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내게 후회는 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후회하기도 하고 후회하지 않기도 한다, 라고 답하고 싶다.
지금의 생각과 그때 당시의 생각은 다르다.
그때는 그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지금은 지금에서의 최선의 선택을 하며 살면 될 뿐이다.
상욱 샘은 나이 어린 나에게도 항상 존댓말을 써 주며 친절하다.
예의 바르고 신사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형답다.
12월이면 1년의 계약이 끝난다.
계속 일본에 있을지 한국에 돌아갈지 아직 고민 중이다.
한국에 가서 뭘 할 거냐고 묻는다면 그건 그때 가 봐야 알 것 같다, 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소바를 먹고 카페에 갔다. 상욱 샘이 소바로는 부족했는지 커피까지 사주겠다고 했다.
마침 소바집 맞은편에 상욱 샘이 평소 좋아하는 카페가 있었다.
나는 커피를 마시지 못해 사과 주스를 주문했다.
M 사이즈로도 충분한데 상욱 샘은 L 사이즈로 주문해 주었다.
고마운 사람이다.
일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상욱 샘에게 라인을 보냈다.
-오늘 너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답이 왔다.
-간만에 같이 밥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나눌 수 있어서 제가 더 좋았습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푹 쉬세요.
안 지 얼마 안 됐지만 괜찮은 사람이다.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