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우톡에서 만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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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비가 많이 내렸다.

미치코 씨에게 라인이 왔다.

왜 연락이 없냐고.

자기가 무슨 잘못을 했냐고.

그녀가 잘못한 건 없다.

그냥 내 스타일이 아니었을 뿐.

 

미치코 씨는 언어교환 앱인 '헬로우톡'에서 만났다.

내게 먼저 말을 걸어 왔고 난 바로 전화를 걸었다.

생각보다 말이 잘 통해서 그 뒤로 계속 전화를 하고 라인까지 교환했다.

그러다 미치코 씨가 만나자고 해서 신오쿠보에서 만났다.

그전까지 미치코 씨는 내 얼굴을 알았지만 난 미치코 씨의 얼굴을 몰랐다.

아, 라인 사진을 통해 대충 알기는 했다.

하지만 사진은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뭐 연애 상대로 만나는 게 아니었기에 딱히 문제는 없었다.

 

처음 그녀를 봤을 땐 그냥 뭐 그랬다.

예쁘지도 않고 못생기지도 않은 외모.

그냥 그랬다. 별 느낌 없었다.

그렇게 밥 먹고 술 좀 마시고 헤어졌다.

그 뒤로 미치코 씨는 내게 꽤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운명이라는 둥 뭐라는둥.

 

나를 연애 상대로 여기고 있음이 느껴졌다.

그렇게 두 번째 만남에 영화를 보고 술을 마셨다.

나와 같이 하고 싶은 게 많다고 했다.

그때까지도 뭐 그냥 그랬다.

나도 어느 정도 호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다 세 번째 만남.

이때 확실히 내 마음을 알았다.

내 스타일이 아니다.

난 미치코 씨에게 여성적인 매력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남자인가 보다.

미치코 씨와는 얘기가 잘 통했다.

외국인임에도 얘기가 잘 통하고 서로 책을 좋아하는 것도 같았다.

미치코 씨는 돈도 많은 것 같았다.

도쿄에서 케이크 집을 10년째 운영하고 있으니.

 

근데 외모가, 외모가 그놈의 외모가.

대체 외모가 뭔지.

 

전에 외모만 보고 만난 여자가 있었는데, 외모는 예뻤지만 전혀 말이 안 통해서 오래가지 못했다.

그리고 말이 잘 통하는 여자를 만난 적도 있었는데, 말을 통하지만 외모가 전혀 아니라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내가 눈이 너무 높은 것 같다.

얼굴만 예쁜 사람은 싫고 성격만 좋은 사람도 싫다.

그냥 다 내 맘에 드는 사람과 만나고 싶다.

그래서 몇 년째 솔로라지.

 

미치코 씨와의 인연은 세 번의 만남으로 끝이다.

더 이상 내쪽에서 먼저 연락하는 건 실례다.

그녀는 나를 이성으로 느끼는데, 난 그에 응할 수 없으니 그냥 잠자코 있는 수밖에 없다.

 

자, 기다리고 있다.

어서 나타나라, 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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