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으로 가는 긴 시간 만큼 따분한 넷플릭스 SF드라마 <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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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10. 3.
SF를 가장한 가족 드라마라고 해도 될 만큼 우주라는 소재는 그저 거들뿐인 SF 드라마. 인류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바로 화성 탐사! 미국, 인도, 영국, 중국, 러시아에서 각 1명씩 대표로 뽑아 화성으로 떠나는데, <어웨이>는 그 여정을 그린 이야기다.
미국 대표는 능력 있는 여성 우주 비행사, 인도는 남성 의무 장교, 중국은 세계적인 여성 화학자, 영국은 역시 세계적인 가나 출신의 식물학자, 그리고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우주에 머문 시간이 긴 남성 우주 비행사. 이렇게 5명이 팀이다. 그리고 이 팀의 대장은 역시나 미국인 우주 비행사. 과연 이들은 화성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
드라마는 총 10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는데, 무척이나 엄청나게 지루하다. 지구에서 화성으로 떠나는 과정만으로 10화를 채웠는데, 우주선에서 벌어지는 일들로만 10화를 채우기가 어려웠는지 5명이 지구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과거 회상 씬과 현재 씬을 오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사실 난 이런 전개가 무척 싫다. 5명이 돌아가면서 계속 과거 회상 씬이 나오는데, 이런 건 너무 진부하고 흥미롭지가 않다.
먼저 이 팀의 대장인 미국 우주비행사 엠마를 보자. 인류 최대의 도전, 그 팀의 대표가 여성이라는 점은 상징적이다. 하지만 엠마는 한 가족의 엄마로 그려진다. 지구를 떠났음에도 엠마는 우주선에서 계속 지구의 가족과 연락하며 질질 짠다. 남편아, 너무 보고 싶어. 딸아, 너무 사랑해. 엉엉. 지구로 돌아가고 싶어. 너무 사랑해. 우주로 오는 게 아니었는데. 엉엉. 보고 싶어. 사랑해. 1화부터 10화까지 내내 엠마는 가족과 연락하며 질질 짠다. 보고 있는 관객은 짜증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제발 그만 좀 질질 짜라. 엠마의 주 임무는 그저 가족과의 연락인 것 같다. 다른 일은 별로 안 한다. 오로지 가족과의 연락만 하며 질질 짤뿐.
다음으로 이 팀의 부대장인 인도인 의무 장교 람. 람은 엠마를 무척이나 신뢰한다. 근데 말도 안 되게 람은 의무 장교인데 전염성 바이러스 보균자다. 이게 말이 돼? 전염병을 갖고 있는 사람을 제대로 된 검사도 안 하고 우주인으로 선발한다고? 우주에서 전염병 걸려서 다 죽자는 건가? 검사만 해 보면 바로 나오는 걸 모르고 우주인으로 선발했다고? 이건 설정 자체가 에러다.
다음으로 중국인 여성 화학자 루. 루는 그나마 제대로 된 캐릭터다. 강인한 정신을 소유했고 냉철하고 똑똑하다. 다만 그의 비밀은 레즈비언이라는 것. 우주에서 이 사실이 밝혀지고 중국 당국은 루가 마치 나라의 망신이라는 듯 이 사실을 숨기려 한다. 하지만 루는 당당하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바로 루가 아닐까 한다.
그리고 가나 출신의 식물학자 크웨이시. 크웨이시는 가나에서 태어났는데 부모가 모두 죽고 영국으로 입양되었다. 그는 우주선에서 식물을 재배하며 화성에서 정원을 가꿀 꿈을 안고 있다. 그리고 크웨이시는 신실한 기독교 신자다. 내내 신을 부르짖는다. 온갖 위험 상황에서 신이 지켜주실 거라며 팀원들을 다독인다. 백인들의 종교인 기독교를 흑인인 크웨이시가 백인들보다 더 추종하는 걸 보면 참으로 아이러니할 뿐.
마지막으로 러시아의 고령 우주 비행사 미샤. 미샤는 우주에 머문 시간이 가장 긴 베테랑 우주 비행사다. 그래서인지 그는 대장인 엠마를 신뢰하지 않는다. 자신이 대장이 못 된 것에 대한 시기 질투 때문이었을까. 그런데 또 말도 안 되는 게, 미샤의 시력은 거의 맹인 수준이다. 잦은 우주 비행으로 시력을 잃은 것인데, 이러한 장애에도 불구하고 미샤는 대체 어떻게 이 팀에 뽑혔을까. 전염병 바이러스 보균자인 람이 선발된 것처럼 시력을 잃은 미샤가 이 팀에 선발된 것 역시 설정 자체가 에러다.
지구에서 화성까지 3년이 걸린다는데, 그 시간만큼이나 이 드라마는 지루하다. 엠마라는 캐릭터의 감정 변화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엠마가 그렇게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 이들 5명의 운명은? 과연 무사히 화성에 도착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