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 혐오하던 채식 찬양자가 육식 찬양자가 된 이유
- 건강
- 2023. 12. 29.
나는 지금 채소, 야채를 안 먹고 고기만 먹는 식단을 실시하고 있다. 저탄고지, 카니보어 같은 거다. 나는 지금 30대 중후반의 나이인데 10여 년을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해 왔다. 그도 그럴게 내 첫 직장은 환경단체였고, 환경에 관심이 많아 채식이 지구를 구원하리라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있었었다. 신시대의 깨어 있는 젊은이이고 싶었다. 채식주의자, 비건이라고 하면 뭔가 의식이 깨어 있다는 인식이 나도 모르게 내 머릿속에 박혀 있었던 것 같다. 참 어리석었던 나였다. 바로 말하는데 비건, 채식주의는 인간 본성에 반하는 행동이다. 이건 절대 지속가능하지 않다. 지속가능성이 없다는 말이다.
현미채식, 자연식물식, 과일식 등 안 해 본 게 없는데 결국 육식 최고
10여 년 동안 나는 식당에 가면 무조건 야채 위주의 메뉴를 주문했고, 집에서 엄마가 고기반찬을 주면 어머니를 구박한 적도 많다. 햄버거가 먹고 싶으면 콩고기 버거를 먹었고 과일로만 끼니를 해결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비건 식품이 대세라 생각해 관련 기업에 주식 투자를 한 하기도 했다. 마트에 가면 비건 마크가 붙어 있는 상품만 찾아다녔고, 동물성 식품은 되도록 금했었다. 육식을 혐오했었으니까.
그런데 10여 년의 이 굳은 신념이 그냥 눈 녹듯 사라졌다. 내가 채식에 관심을 가진 건 몸이 약해서였다. 어렸을 때부터 허약했다. 체중은 적게 나가고 항상 비실비실댔다. 그래서 건강해지고 싶어서 채식 관련 책을 탐독하며 채식이 인간의 식성이라고 결론을 내렸었다. 출판사 '사이몬북스'의 책이 주요했다. <다이어트 불변의 법칙>,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 <맥두걸 박사의 자연 식물식> 등등 채식 권장 책들을 두루 섭렵했었다. 근데 이 책들 읽고 실천했지만 내 몸은 좋아지지 않았다.
현미가 좋다고 해서 현미 먹다가 또 백미가 좋다고 해서 백미 먹다가, 이것도 몇 번 반복했다. 오로지 과일만 먹는 프루테리언을 실천했던 때도 있다. 매일 바바나를 10개 이상 먹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안 쓰러진 게 다행이다. 비건 대체식 파우더(Huel휼이라는 영국 제품인데 요즘 점점 커가고 있는데 이거 딱히 추천 안 한다)를 사서 몇 개월 먹기도 했다. 동물성 단백질을 안 먹으니 두부, 콩을 엄청 먹어댔다. 견과류도 마찬가지로 꾸준히 먹었다. 근데 이런 것들이 다 헛된 짓이었다. 몸을 고문하는 짓이었던 것이다.
나는 지금 세끼를 모두 고기로 해결하고 있다. 내가 그동안 그토록 혐오하던 육식을 그것도 극단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근데 컨디션은 채식할 때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좋고 속이 편하다.
육식을 혐오하던 채식 찬양자였던 나는 왜 전향을 하게 되었나?
변화, 아니 내 식습관의 혁명의 시작은 한 권의 책이었다. '에베 코지'라는 일본인 의사가 쓴 <탄수화물은 독이다: 당신의 몸은 매일 병들고 있다>라는 책이다.
자극적인 제목에 끌려 그냥 읽어 봤다. 왜냐하면 그동안 나는 육식혐오주의자였기 때문에 그 대신에 탄수화물을 엄청나게 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먹었던 탄수화물이란 쌀이다. 현미도 생으로 먹기도 했고 맨밥에 간장 비벼서 먹고 그렇게 많이 했다. 그냥 밥심으로만 버텨왔다. 딱히 외에 먹을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근데 위의 책을 읽고 밥, 쌀을 바로 끊었다. 나는 지금 쌀을 안 먹는다. 물론 외식할 때 밥이 나오면 조금은 먹는다. 헤헤. 하지만 집에 쌀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탄수화물(당질)은 인류가 일상적으로 먹어 오던 게 아니다
어쨌든 이 책에서 주장하는 건 '당질제한 건강법'이라는 거다. 책의 저자가 1999년 일본 최초로 도입했다고 한다. 말 그대로 밥, 빵, 면, 감자 같은 당질이 많은 음식은 안 먹고, 고기, 생선, 두부, 잎채소, 해조류 같은 걸 먹는 식사법이다. 즉 당질은 줄이고 지방과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자는 거다.
이 책을 읽고 쌀 끊고 대신에 두부랑 잎채소를 엄청 먹었는데, 두부랑 잎채소도 지금은 안 먹는다. 냉장고에 있던 거 다 버렸다. 나는 이 의사가 말하는 거에 다 동의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 내가 얻어낸 건 '탄수화물은 독'이다라는 사실뿐. 식물성 지방과 식물성 단백질 역시 독인데, 저자는 이를 허용한다.
밥, 빵, 면을 먹지 말라고 하면 그럼 뭘 먹고 사냐고 하는데 사실 인류가 이런 걸 먹은 역사는 극히 짧다. 현인류가 탄생된 시기는 약 700만 년 전이다. 이후 농사를 짓는 농경사회가 시작되기 전까지 우리 조상 인류는 수렵과 채집 생활을 했다. 아주아주 오랜 기간 동안 당질을 거의 먹지 않는, 거의 먹을 수 없는 삶을 살아왔던 것이다.
그러다 지금으로부터 약 1만 년 전쯤에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인류는 곡물 위주의, 당질을 먹을 수 있는 식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인류 역사의 진화 과정을 놓고 보면 인류가 곡물을 일상적으로 먹게 된 기간은 인류 역사 중 불과 1/700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한데 밥을 주식으로 먹는 게 자연스러운 일인가.
농사를 짓기 전의 인류는 당질은 운이 좋아야 한번 먹을 수 있었다. 당질이 들어있는 과일이나 견과류, 뿌리채소는 가끔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럼 당질을 섭취하면 우리 몸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당질을 섭취하면 '혈액 속 포도당 농도(혈당치)'가 상승해서 고혈당이 된다. 그러면 우리 몸은 인슐린을 분비하기 시작한다. 인슐린은 혈액 속 포도당을 근육으로 내보내고, 남은 포도당은 중성지방으로 변화시켜 지방조직에 저장한다. 운 좋게 득템한 당질을 소화, 흡수하면 인슐린이 분비되어 혈액 속 과도한 혈당을 조절하고, 지방으로 축적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굶주림을 대비할 수 있었다. 즉 인슐린은 먹을 게 풍족하지 않은 척박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안전장치였던 것이다. 근데 오늘날에는 이 인슐린이 비만 호르몬이라는 누명을 쓰고 있다.
원래 당질은 지방 축적을 위한 고마운 영양분이었는데 인류가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일상적으로 이 당질을 먹게 되었다. 더욱이 200~300년 전부터는 정제된 탄수화물로 당질을 엄청나게 섭취하고 있다. 밥, 빵, 면, 청량음료 등등. 이건 인류가 대부분의 시간 동안 먹어왔던 음식들이 아니다. 이게 비만과 당뇨병으로 비롯한 여러 성인병의 원인이다. 인간 몸에 반한 식습관.
우리 신체의 소화, 흡수, 영양, 대사 시스템은 700만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당질 없이 완성되어 온 것이다. 근데 당질 섭취가 이 완성된 시스템을 파괴하는 것이다. 우리 몸은 현대인의 탄수화물 곡물 중심 식생활에 아직 적응하지 못했다.
채식 10년 VS 육식 1개월, 승자는?
내가 지금 이른바 저탄고지, 카니보어, 전래식단 등의 개념을 이해하고 실천한 건 한 달 정도 됐다. 채식 위주 식단 10년 한 거랑 지금 육식 위주 식단 1개월 한 거 비교해 보면 단연 육식의 승리다. 채식을 하면서 나는 심각한 영양 결핍 상태에 오랫동안 놓여있었던 것 같다. 채소, 야채에는 영양이 고기에 비해 매우 적다. 지금 고기랑 등등 무지막지하게 먹으면서 몸에 뭔가 영양이 채워지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M자 탈모도 진행 중이었는데,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조금 머리가 안 빠지고 잔머리가 더 많이 난 기분이다. 이건 추이를 지켜보도록 하겠다.
결론: 탄수화물 끊고 육식 ㄱㄱ
'건강'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루테리언을 그만두다! 과일식 계속하면 안 되는 이유 (1) | 2023.12.31 |
---|---|
탄수화물은 안 먹어도 된다 아니 안 먹어야 한다 (1) | 2023.12.30 |
저녁 식사는 신체를 병들게 한다 (1) | 2023.12.28 |
고기의 힘 (1) | 2023.12.21 |
채식주의에서 육식주의로 (0) | 2023.1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