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테리언을 그만두다! 과일식 계속하면 안 되는 이유
- 건강
- 2023. 12. 31.
지금 나는 과일식을 하지 않는다. 그만두었다. 지금은 전래식단, 저탄고지, 카니보어 같은 걸 섭렵해서 내 나름대로 알아서 하고 있다. 하지만 난 과거 굉장한 과일식 찬양자였었다. 과거 일본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했었는데, 처음 혼자 사는 거라 식단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난 철저한 과일식에 도전했었다. 바나나걸 프리리인가 유튜버인데 그 사람이 바나나를 하루에 20개 이상인가 엄청 먹는 걸 보고 나 역시도 하루에 바나나를 10개 이상 먹었다. 일본의 과일 가게 할머니가 매일 내가 바나나를 사러 오니까 나를 기억하고 신기하게 쳐다보기도 했다. 설날에는 서비스로 할머니가 바나나를 주기도 했다. 여행을 다닐 때에도 외식을 하지 않고 가방에 바나나를 몇 송이씩 넣고 다니면서 바나나로 끼니를 해결하곤 했다.
내가 과거 이렇게 과일식에 빠져 있었던 이유는 물론 건강을 위해서였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저체중에 허약한 체질이었다. 성인이 되고 건강해지기 위해서 여러 책을 탐닉하고 결론을 내린 게 채식이었고, 그것도 조금 극단적인 과일식이었다. 일단 가벼운 채식으로 시작해 비건도 해보았고 그리고 과일식도 했었다. 과일식에 내가 확신을 갖게 된 데에는 여러 해외 유튜버들과 국내의 유튜버 이레네오, 그리고 <인간은 과일을 먹기 위해 태어났다>라는 제목의 일본 책과 기타 등등 관련 책들이었다.
과일식이 인간 식성에 맞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예전에 일본에서 먹던 과일 식단을 인스타에 매일 올렸었는데 그걸 보고 인스타 디엠으로 어떤 TV 방송 프로그램에서 섭외도 들어왔었다. 과일 많이 먹는 뭐 그런 콘셉트로 뭘 하려 했었다. 근데 난 일본에 살고 있어서 그냥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로 끝났다. 어쨌든 그만큼 난 일본에서 워홀을 하는 동안 과일식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몸이 좋아졌냐고? 아니, 특별히 아픈 곳은 없었지만 체중은 늘지 않고 오히려 빠졌고 뭐 그냥 그랬다. 그러다 완전 과일식을 지속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일단은 그냥 채식 위주의 식단을 계속 유지했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오랜동안 과일은 아무리 많이 먹어도 몸에 무해하다는 신념을 갖고 살았었다.
바나나는 무조건 반점이 생길 때까지 푹 익혀서 먹었고, 웬만한 과일들도 다 껍질째로 먹었다. 가끔씩 과일 먹고 속이 너무나 더부룩하고 체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었지만 명헌반응이겠거니 그러려니 하고 그냥 무시했었다. 그렇게 계속 과일을 되도록 많이 먹고 채식 위주의 식단을 꾸준히 10여 년을 해왔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이빨에 치석이 엄청나게 증식하기 시작했다. 갈색 반점들이 계속 나타나는 거다. 스케일링을 했는데 한 지 한 달 만에 또 치석들이 전만큼 그대로 생겨났다. 그래서 또 스케일링을 받았다. 이건 진짜 이유를 알 수 없다. 그리고 최근 탄수화물을 적게 먹기 시작하면서부터 치석이 안 생긴다. 물론 양치질을 더 열심히 한 것도 있다.
과일은 어쩌다가 한 번씩 먹었던 음식이다
자,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그럼 우리 선조 인류들은 배가 터지게 과일을 먹으면서 살아왔을까? 그럴 리가 없다. 우리의 선조 인류는 지금의 현대인들처럼 먹고 싶을 때 과일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그러한 환경에 살지 못했다. 즉 과일은 운이 좋은 날에나 먹을 수 있었던 달콤한 열매였던 것이다.
먹을 게 없을 때 야생초나 야채 역시 꾸준히 먹어 오긴 했지만 당질이 많고 달콤하고 비타민 C가 많은 과일을 먹을 수 있는 날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니까 우리 선조 인류들은 다시 말하지만 당질이 포함된 탄수화물을 일상적으로 섭취하지는 않았다. 오늘날에야 과일을 먹고 싶을 때 언제든지 먹을 수 있지만 옛날에는 구경하는 것도 힘들었다.
그렇지만 가끔씩 우리 몸에 들어온 과일, 그리고 과일 속 당질은 우리에게 고마운 존재였다. 왜냐하면 너무 달콤했으니까. 우리 몸은 당질이 들어오면 중성지방으로 축적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특히 과당(당도 높은 과일에 들어 있는 단당류)이라는 당질은 일반 당질보다 더 빠른 속도로 중성지방으로 축적된다.
설탕과 마찬가지로 과일의 당도 많이 먹으면 큰일 난다
설탕의 당과 과일의 당은 달라서 과일은 아무리 많이 먹어도 괜찮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우리가 탄수화물을 섭취했을 때 생기는 포도당은 혈액을 따라 몸속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한다. 포도당은 주요 에너지원으로 인체 내 모든 세포에서 대사가 일어난다. 하지만 과일 속의 과당은 다르다. 이건 간에서만 주로 대사가 일어나고 혈액을 따라 몸속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다. 게다가 뇌와 근육은 과당으로 대사가 안 된다. 그래서 포도당이 들어있는 밥을 먹으면 몸이 따뜻해지지만, 과당이 많은 과일은 먹어도 몸이 따뜻해지지 않는 것이다. 대신 과당은 에너지로 직접적으로 사용되지 않으므로 혈당을 올리지는 않는다.
근데 그렇다고 혈당이 안 올라간다고 과일식을 지속해도 될까? 아니다. 과일식의 지속은 위험하다. 몸속에서 포도당은 세포에서 80%를 사용하고 나머지 20%만 간으로 보낸다. 하지만 과일 속 과당은 간에서만 주로 대사를 할 수 있어 빠른 속도로 지방간을 만들어 버린다. 포도당은 에너지원으로 쓰이고 남은 게 간으로 가는데, 과당은 간에서만 주로 일을 해서 지방간 생성률이 높아지고 인슐린 저항성을 야기하는 정도도 더 강해서 건강에 더 나쁘다. 지방간을 진단받은 사람이라면 통곡물과 과당이 가득한 주스와 과일을 먹어서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과당은 우리 몸속에 존재하는 미토콘드리아를 죽이는 독으로 작용한다고 밝혀지기도 했다. 미토콘드리아는 우리가 먹는 음식과 산소를 사용해서 인체 내 모든 세포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유익한 박테리아다. 모든 당질과 단순 탄수화물을 먹으면 몸속에서는 중성지방이 증가한다. 그리고 과일도 중성지방을 증가시키는 음식에 포함된다. 과일에 들어 있는 과당은 세포를 직접 손상시키고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방해하는 독소로 작용한다. 과일을 통해 몸속에 들어온 과당은 대부분 곧장 간으로 향해서 중성지방과 요산으로 전환된다. 나머지 과당은 신장으로 향해서 인체의 여과 시스템에 독소로 작용한다.
사계절 내내 과일 먹는 건 노화를 부르는 일
유인원은 실제로 과일이 풍부한 시기에만 체중이 불어난다. 당연히 한겨울에는 과일을 먹지 못한다. 하지만 오늘날 인간들은 사계절 내내 과일을 먹는다. 봄과 여름은 성장과 번식의 시기이므로 에너지를 많이 섭취하고, 가을과 겨울은 휴식의 시기이므로 에너지를 좀 적게 섭취해야 한다. 근데 현대인들은 365일 성장과 번식을 하는 시기에 살고 있다.
과일을 제철일 때만, 자연의 성장 주기에 맞게 먹는다면 과일은 좋은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 과일식은 위험하다. 과일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이 아니라 주기에 맞게 먹어야 하는 음식이다. 여름에 나는 제철 과일들만 먹으면 다음 성장 주기가 오기 전까지 우리 몸은 그 독소를 해독할 수 있다. 365일 사계절 내내 과일을 먹는 건 노화를 재촉하는 일이니 알아서 판단들 하시라.
더욱이 암세포는 과일에 들어 있는 과당을 애정한다. 다시 말하지만 과거의 우리 선조들은 특정 시기에만 제철 과일을 소량으로 먹었다. 주식으로 먹은 게 아니다. 듀크대학교 연구진은 간의 과당 수치가 높을 때 대장암 세포가 이를 이용해 간으로 전이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니 제철이 아닐 때는 당분이 많은 과일을 먹지 말자. 과일을 일상적으로 먹으면 독이 되니 아껴 먹자는 말이다.
평소에는 저탄고지든 카니보어든 탄수화물 적게 고기 많이 먹고 여름이 되면 제철 과일을 가끔씩 먹는 게 베스트 같다.
결론: 나도 과일 좋아한다. 하지만 인간의 식성에 맞는 주식은 과일과 채소가 아니라 고기다!
참고 도서
에베 코지, <탄수화물은 독이다>, 싸이프레스, 2014.
스티븐 R. 건드리,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죽는 법: 장수의 역설>, 브론스테인, 2019.
이영훈, <기적의 식단: 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의 비밀>, 북드림,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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