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NHK 홍백가합전 대박이었음 감상 후기

반응형

나는 지금 일본 생활 3년 차다. 지금까지 이 NHK 홍백가합전이라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근데 올해는 일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일본 음악 트렌드를 좀 알고 싶어서 보기로 했고 방송 날짜만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그리고 그날이 왔고, 일본 우버이츠에서 새마을 식당 삼겹살 정식과 김치찌개를 주문해 놓고 시청을 시작했다.

 

먼저 내가 기대했던 가수들은, 아이묭, 미레이, 미세스그린애플, 요아소비, 아도Ado 등이다. 더욱이 이번에는 쟈니스 대신에 한국 아이돌들이 많이 나와서 그것도 기대가 되었다.

 

와 대박이다 진짜

처음 2023년 NHK 홍백가합전을 보고 든 느낌은 대박이었다. 대박이긴 한데 대박 구리다였다. 나는 지금 내가 타입슬립을 해서 1990년대나 2000년대 초반으로 온 줄 알았다. 아니, 이게 뭐야? 대박 어쩜 이렇게 연출과 기획을 구리게 하지? 저런 쟁쟁한 가수들과 사람들을 모아 놓고 어쩜 저렇게 재미없게 진행하지? 이거였다.

 

TV가 없어서 태블릿으로 봤다, 우리의 멋진 스키즈!!!

 

애드리브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MC들의 재미없는 진행

먼저 MC 사회자들을 보고 느낀 점은 참 재미없다 이다. 애드리브나 이런 건 전혀 없고 그냥 대본대로 진행만 하는 느낌이었다. 무대와 무대 사이에 멘트를 날리는 것도 진짜 로봇인 줄. 다음은 아도 상입니다. 이럴 거면 그냥 아나운서를 쓰지 MC 존재의 이유가 뭔가. 그리고 MC 들간의 케미도 케미랄 것도 없었다. 여자 2MC가 말할 때 남자 MC는 침묵을 지키고 또 남자 MC가 진행할 때는 여자 MC들은 침묵을 지킨다. 뭔가 전혀 조화가 안 되는 느낌. 그리고 이 남자 MC분 일본에서 굉장히 유명한 사람인데, 재미없는 걸로 유명해졌나? 뭐 이렇게 재미있는 게 없어.

 

근데 여자 MC 두 사람, 하마베 미나미, 하시모토 칸나는 예뻤다. 팩트라서 뭐라 할 순 없다.

 

 

無콘셉트, 無재미, 有어이

그리고 이 홍백가합전이라는 프로그램의 콘셉트가 뭔지를 모르겠더라. 매년 연말에 하는 걸로 봐서는 그 해에 이슈가 되거나 인기가 많았던 사람들 불러 놓고 노래 부르는 방송 같은데, 게다가 타이틀이 홍백가합전이고 홍팀과 백팀으로 나뉘어 있는 걸로 봐서 노래를 대결을 해야 하는 게 맞는 콘셉트 같은데, 이 방송 내내 어디에 대결 구도가 느껴지는지? 전혀 홍팀과 백팀이 대결을 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또 이게 언제적 시대 발상으로 여자랑 남자를 성별로 갈라서 홍팀, 백팀인가.

 

팀도 남자랑 여자랑 섞어서 구성하고 노래만 부르고 들어가는 게 아니라 팀 대결 구도가 드러나게 뭔가 좀 더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집어넣어서 기획하고 연출할 수 없나? 이게 무리한 요구인가? 일본이지 않은가. 문화 강대국 일본이지 않은가.

 

슈퍼스타들 데려다 놓고 말 한 마디 안 시키기

정말 저렇게 유명한 가수들 연말에 한자리에 모아 놓고 노래만 부르고 들어가는 거 보고 어이가 없었다. 홍백가합전에 첫 출연한 가수들이면 좀 인터뷰도 하고 소감이 어떻냐 올 한 해 어땠느냐 뭐 이런 걸 재미있게 얘기할 수 없나? 슬램덩크 주제곡 불러서 핫한 10-FEET나 주술회전 주제곡으로 뜬 키타니 타츠야 등등 처음 나온 사람들인데 이건 뭐 그냥 노래만 하나 달랑 부르고 사요나라네. 말 좀 제발 시켜줘. 그러라고 MC들이 있는 거잖아. 또 내가 좋아하는 미레이도 나왔는데, 역시나 말 한마디 못 하고 노래만 부르고 사요나라였다.

 

아이묭도 후반부에 나왔는데, 무슨 드라마 주제곡 불렀다고 그 드라마 남녀주인공 옆에 들러리처럼 서서 몇 마디 못 하고 노래만 부르고 사요나라 하고 갑자기 드라마 홍보를 시작하더니 그 드라마의 여주인공이자 MC였던 하마메 미나미는 아이묭 노래 듣고 눈물을 흘리지 않나. 눈물 흘려도 되는데 여긴 그 드라마를 홍보하는 자리가 아니지 않은가.

 

정작 요즘 인기가 많은 아이묭을 비롯한 20~30대에게 인기 많은 가수들, 그리고 K-POP 아이돌의 홍백가합전에서의 비중은 20%가 됐으려나. 나머지 80%는 진짜 무슨 디즈니 100주년이나 무슨 드라마 몇십 주년이다 누구 데뷔 몇십주년이다 등의 기획으로 쌈을 싸 먹었다.

 

디즈니 100주년이랑 뭔 상관

이해가 안 되는 건 디즈니 100주년 기념을 홍백가합전에서 하는 거였다. 디즈니가 일본 것도 아니고 왜 굳이 디즈니 100주년 기념 축하 무대를 홍백가합전에서 하는 거냐고. 다만 좋았던 점은 <알라딘>에서 지니 역할 더빙을 했던 일본 성우가 나와서 노래를 불렀던 거다. 그건 좋았다. 근데 뜬금없이 왜 홍백가합전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하나하나 내레이션까지 깔아주면서 소개를 해주냐고. 진짜 그 유명한 가수들 불러다 놓고 그 가수들은 말 한마디 못 듣고 노래도 1절만 부르고 사요나라 시키면서 왜 디즈니 영화를 홍보해 주냐고.

 

디즈니 100주년 기념 무대에 이어 누구누구 데뷔 40주년인가 50주년, 무슨 드라마 몇십 주년 기념 무대를 했는데, 어휴, 말을 말자. 이게 다른 가수 패널들과 같은 분량이었다면 이해한다. 근데 이것들은 무슨 30분을 넘게 끌고 가고 요즘 대세인 가수들은 한 곡만 부르고 그것도 1절만 부르고 사요나라 시키는데 왜 이 고인물들의 무대는 세 곡은 이상 부르고 인터뷰도 길게 하고 왜 그러느냐고. 대체 왜.... 시청률을 왜 신경 안 쓰냐고....

 

고인물들의 추억 회상 동네잔치

세븐틴, 스키즈, 미사모, 르세라핌, 뉴진스 한국 아이돌들 많이 보여주면 시청률 올라가잖아. 그리고 엑스재팬 요시키도 나왔고 요시키랑 같이 하이도도 나왔는데 왜 엑스트라 취급하냐고. 그리고 심지어 퀸도 출연했는데 왜 한 곡만 부르고 사요나라 시키냐고. 이런 슈퍼스타들이 다 왔는데 왜 대체 그들은 찬밥 취급하고 자꾸 추억을 소환해서 1980년대 1990년대로 돌아가고 고인물 파티를 하냐고. 보면서 환장하는 줄 알았다고요.

 

더 절정의 대박이었던 것은 도미노와 켄다마였다. 와, 이건 진짜 해도 해도 너무 하지 않나. 이거 언제 적 아이템이냐고. 내가 어렸을 때 호기심 천국 이런 데서 봤던 거 같은데, 도미노는. 음악과 도미노의 콜라보레이션이라고 포장하는데 아니 도미노랑 콜라보레이션 하지마, 제발. 하나도 안 멋있어. 도미노가 넘어지면서 현수막이 펼쳐지는 정도의 연출이라면 제발 하지 마. 켄다마 역시 이건 연례적으로 하는 거 같은데 이것도 진짜 한숨만. 대체 이걸 왜 하는 거야. 저 슈퍼스타들 다 모셔놓고 왜 켄다마 같은 걸 하고 있냐고. 아니면 켄다마를 슈퍼스타들한테 하게 하라고.

 

NHK 진짜 반성하고 회고해라. 저런 엄청난 가수들 모아놓고 동네 잔치 하지 마라. 학예회, 재롱잔치, 재래시장축제 느낌이 물씬 나는 일본의 역사와 전통이 깊은 연말 NHK 홍백가합전. 대다나다.... 이제 절대 안 봐....

 

결론: 내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홍백가합전 사요나라 다신 안 봐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