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언젠가 갈 거라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날짜가 정해지니 기분이 묘하다. 원래는 올해 3월에 가야 했을 것을 이제 가게 되어 많이 늦었지만 더 늦어졌으면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다. 아, 올해 안에 가긴 가는구나, 하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일본 입국 날짜가 정해지자 바로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고 가지고 갈 자금을 확인했다. 하나둘 준비를 해야 하는데, 딱히 준비할 것도 없다. 숙소는 회사에서 마련해주고 공항에서 숙소까지의 이동도 회사가 알아서 해 준다. 그냥 옷만 몇 벌 가져가면 될 듯싶다. 겨울이라 옷 부피가 커서 다 가져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꽁꽁 껴입고 가야겠다. 주변에선 가지 말라고 한다. 그럼에도 나는 가지 않을 순 없다. 지금 가지 않으면 후회할 게 뻔하기 때문이..
2016년 5월에 일본 후쿠오카로 떠나 그해 11월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1년 만기인 일본 워킹홀리데이를 나는 딱 6개월을 채우고 왔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후쿠오카 공항의 여권 심사 직원이 내 여권을 보더니 왜 벌써 돌아가느냐고 묻기도 했다. 나는 그렇게 미련 없이 일본을 떠나 한국에 다시 왔다. 미련 없이 한국을 떠날 때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리고 다시는 일본에 갈 일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또다시 일본에 갈 준비를 하고 있다. 사실 일본에서 보낸 6개월의 시간은 꿈만 같았다. 행복했고 행복했다. 스트레스로 암에 걸릴까 걱정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떠난 길이었다. 아무런 구속 없이 온전히 자유를 만끽했다. 알바를 하며 좋은 친구들을 사귀었고 그들과 1박 2일 여행도 다녀왔다. 조그맣고 조용한 ..
"비록 이 책은 분량이 적지만, 일본근현대사의 구조와 흐름을 매우 간결하면서도 논리정연하게 정리했다는 점에서 진중하고 울림이 큰 책이다." 일본 메이지 시대의 베스트셀러가 무엇인지 아는가? 아니 그에 앞서 메이지 시대가 어떤 시기였는지 알아야겠다. 메이지 시대는 바로 일본에서 '국가'라는 기본적 구조가 만들어진 시대였다. 이 시대를 알아야 일본이라는 나라의 진정한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다. 메이지 시대의 베스트셀러 그럼 다시 질문. 일본의 건국 시대라 할 수 있는 메이지 시대의 베스트셀러는 무엇일까? 1만엔 짜리 지폐에 그려진 사람이 쓴 책이다. 바로 후쿠자와 유키치의 《학문의 권장》이다. 아래는 그중 한 대목이다. 하늘은 사람 위에 사람을 만들지 않았고, 사람 밑에 사람을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일본이 몰락 중이라는 내용의 책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는 듯하다. 이 책의 부제 역시 그 흐름을 타고 '한국이 일본을 이기는 18가지 이유'이다. 동양의 해 뜨는 나라였던 일본이 지고 한국이 뜨고 있다는 것인데, 이번 코로나 사태를 대처하는 한국과 일본의 방식만 보아도 대충 수긍이 간다. 일본은 몰락 중인가 저자 염종순은 일본에서 30년 가까이 사업을 했으며, 국내 최고의 일본 전문가로 불린다. 그의 일본 관찰기를 읽으며 내가 느낀 일본이라는 나라의 이미지는 '변화를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변하지 않는 것과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은 다르다. 변하지 않아야 할 것이 변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나, 변해야 할 것이 변하지 않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일본은 후자에 속한다. 변해야 할 것들이 일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