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언젠가 갈 거라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날짜가 정해지니 기분이 묘하다. 원래는 올해 3월에 가야 했을 것을 이제 가게 되어 많이 늦었지만 더 늦어졌으면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다. 아, 올해 안에 가긴 가는구나, 하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일본 입국 날짜가 정해지자 바로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고 가지고 갈 자금을 확인했다. 하나둘 준비를 해야 하는데, 딱히 준비할 것도 없다. 숙소는 회사에서 마련해주고 공항에서 숙소까지의 이동도 회사가 알아서 해 준다. 그냥 옷만 몇 벌 가져가면 될 듯싶다. 겨울이라 옷 부피가 커서 다 가져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꽁꽁 껴입고 가야겠다. 주변에선 가지 말라고 한다. 그럼에도 나는 가지 않을 순 없다. 지금 가지 않으면 후회할 게 뻔하기 때문이..
취업 비자가 나왔다. 곧 일본에 간다. 사실 일본에 다시는 갈 생각이 없었다. 일본 워킹홀리데이를 1년 만기를 채우지 못하고 6개월 만에 돌아왔다. 그리곤 일본과의 인연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온 뒤 인생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직장을 다니다 직장 생활은 아닌 것 같아 프리랜서로 여러 가지 일을 했다. 일어 번역을 하고, 미디어 교육을 하고, 영상 촬영과 영상 편집을 했다. 유튜브도 했다. 적당히 살 만은 했다. 하지만 과연 이게 지속가능할까? 다시 직장을 알아보았다. 내 나이 30대 중반. 이력서를 넣으면 예전만큼 연락이 오질 않았다. 아니, 거의 연락이 오질 않았다. 거기서 나는 현실을 실감한다. 나 이제 취업도 쉽게 못 할 나이가 되었구나. 그리고 눈을 다시 일본으로 돌렸다. 월드..
언제부터인가 일본이 몰락 중이라는 내용의 책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는 듯하다. 이 책의 부제 역시 그 흐름을 타고 '한국이 일본을 이기는 18가지 이유'이다. 동양의 해 뜨는 나라였던 일본이 지고 한국이 뜨고 있다는 것인데, 이번 코로나 사태를 대처하는 한국과 일본의 방식만 보아도 대충 수긍이 간다. 일본은 몰락 중인가 저자 염종순은 일본에서 30년 가까이 사업을 했으며, 국내 최고의 일본 전문가로 불린다. 그의 일본 관찰기를 읽으며 내가 느낀 일본이라는 나라의 이미지는 '변화를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변하지 않는 것과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은 다르다. 변하지 않아야 할 것이 변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나, 변해야 할 것이 변하지 않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일본은 후자에 속한다. 변해야 할 것들이 일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