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일본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리뷰
- 영화 리뷰
- 2024. 1. 12.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ぼくは明日、昨日のきみとデートする
일본 개봉 2016년 12월 17일
국내 개봉 2027년 10월 12일
러닝 타임 111분
감독 미키 타카히로
출연 후쿠시 소타, 고마츠 나나
그 어떤 이유로도 사랑할 시간을 허비 말라
풋풋하고 혈기왕성한 스무 살, 누군가에게 첫눈에 반하고 싶은 나이다. 잘생긴 미대생, 미미대생 타카토시(후쿠시 소타)가 전철에서 한 여인에게 첫눈에 반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타카토시는 여인이 자기와 같은 역에서 내리면 전화번호를 따기로 한다. 신은 타카토시의 편이다. 자기와 같은 역에서 내린 여인을 쫓아 타카토시는 헌팅을 한다. "저...저...저...기 전화번호 좀 알려 주실 수 있나요?" 여인의 이름은 에미(고마츠 나나). "전화번호 없는데요." 체념하고 돌아가려는 타카토시를 에미가 붙잡는다. "그런 의미가 아니라, 정말 핸드폰이 없어요."
이렇게 타카토시의 첫눈에 반한 사랑은 시작된다. 타카토시와 에미는 역 벤치에 앉아 설렘 가득한 대화를 나눈다. 헤어질 시간이 되자 타카토시는 묻는다. "우...우...우...우리 또 만날 수 있을까요?" 에미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 흐른다. 사랑이 시작되는 기념비적인 첫 만남의 날, 에미는 마치 그날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진한 눈물을 흘린다. 타카토시가 에미의 손을 처음 잡은 날 역시 그랬다.
눈물이 많은 에미. 다 이유가 있었으니, 그건 타카토시와 함께할 수 있는 날이 길지 않기 때문이다. 죽을병에 걸렸다거나 그런 뻔한 이유는 아니고 좀 덜 뻔한 이유인데, 그건 바로 타카토시와 에미의 시간은 서로 거꾸로 흐른다. 에미는 타카토시와 다른 세계에서 넘어왔다. 타카토시가 5살일 때 에미는 35살이고 타카토시가 35살일 때 에미는 5살이다. 둘은 서로가 5살일 때 서로의 생명을 구해준 적이 있다. 그런 이유로 둘은 서로 나이가 겹치는 20살일 때 30일 동안 같은 날을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게 된다. 30일이다. 딱 30일. 이 시간 동안 둘은 사랑해야 한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날짜는 서로 반대로 흐르지만 하루의 시간은 같은 방향으로 흐른다. 오늘 하루의 시간은 같지만 오늘 하루가 지나면 타카토시는 내일로 넘어가지만 타카토시의 시점에서 에미는 어제로 가는 것이다. 에미는 타카토시의 시점에서 어제 타카토시와 한 데이트를 기억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건 에미에게 내일 일어날 데이트이기 때문이다. 이게 머리가 좀 복잡해지는데, 쉽게 말하면 타카토시는 하루하루 나이를 들어가고 에미는 하루하루 어려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시점을 바꿔도 똑같이 적용된다. 하지만 주어진 하루에서만큼은 같은 시간의 흐름에 머무른다.
이제 타카토시가 에미를 처음 만나 번호를 딴 날, 에미가 흘린 눈물의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타카토시는 그날 에미를 처음 만난 날이었지만, 에미에게는 타카토시와의 마지막 날이었다. 타카토시가 에미의 손을 잡은 건 타카토시에게는 처음 잡는 손이었지만 에미에게는 그와 마지막으로 잡는 손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설정을 머릿속에서 이해해 보려고 애를 좀 썼다. 완벽히 이해하려고 하면 감상에 방해가 되니 그냥 대충 이해하고 넘어가면 되겠다. 영화를 보고 엉엉 울었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코마츠 나나의 연기가 한몫을 한 것 같다. 모든 걸 알고 있으면서 억지로 밝은 모습을 내려는, 참아내려는 에미의 모습을 관객들은 참아내지 못하고 눈물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감정이입을 쉽게 하게 된다. 사랑은 왜 비극이어야 아름다울까.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는 <소라닌>으로 장편 영화 데뷔를 한 이래 여러 청춘 연애 영화를 주로 만들어온 미키 타카히로 감독의 작품이다. 과거 YUI 등 뮤지션의 뮤직비디오를 만들던 전력이 있어 영화 역시 뮤직비디오만큼 그림적으로 아름답고 예쁘다.
이 아름다운 한 편의 그림 같은 영화에서 굳이 교훈을 하나 찾자면 처음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것. 지금 소중한 사람과 함께 먹는 식사가 마지막 식사가 될 수도 있고 함께 걷는 이 길이 마지막 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흘러가는 시간을 바라보지 말고 잡아채라는 것. 지금 주어진 시간에 충실히 사랑을 할 것.
인생은 짧다. 타카토시와 에미에게 주어진 시간은 30일뿐이었다. 그럼에도 둘은 아름답게 사랑했다. 비극은 비극이어서 아름답다. 슬픔 속에서 아름다움이 피어나고 더러움 속에서 깨끗함이 발견되는 것이다. 이것이 영화라는 예술이다. 좋은 영화란 "영화에서밖에 볼 수 없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다. 이 영화는 그런 면에서 좋은 영화에 속한다. 사랑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기 위해 조금은 유치한 설정을 가지고 오긴 했지만 영화니까 기분 좋게 납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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