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을 땐 일단 웃고 보자 <해피 플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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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지만 내가 몇 알고 있는 일본의 영화감독 중 한 명이 야구치 시노부 감독이다. <로봇 G>, <비밀의 화원>, <스윙걸즈>, <서바이벌 패밀리> 등등을 재밌게 봤는데, 말 그대로 그의 영화는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다. <해피 플라이트>도 예전부터 봐야지 봐야지 하다가 이번에 봤는데, 보는 내내 웃음이 가시질 않았다. 2008년 작품인데 지금 봐도 여전히 재밌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공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조종사, 승무원, 정비사, 데스크, 관제탑 등등. 한 번의 비행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영화다. 일본에선 스튜어디스를 CA라고 부르는데, 'cabin attendant'의 약자이다. 아야세 하루카가 초보 스튜어디스로 나오는데, 초보답게 첫 국제선 비행에서 이런저런 실수를 저질러 선배들에게 꾸지람을 듣지만 씩씩하게 잘 극복을 해 나간다. 스튜어디스 지망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 주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비중 있게 다뤄지는 역할이 조종사인데, 이 조종사도 아직은 뭔가 서투른 조종사다. 그래서 기장인 선배 조종사 눈치를 보며 비행을 하는데, 역시나 야구치 시노부의 영화답게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유쾌하게 극복을 해 나간다. 여기서 이 선배 조종사의 대사가 새삼스럽지만 기억에 남는다. 비행 중에 심각한 결함이 발견돼 회항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 선배 조종사는 웃는다. 왜 웃냐는 후배의 질문에, 어쩔 수 없을 땐 그냥 웃고 보는 거라고 답한다. 어떻게든 될 거라고,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해도 된다고. 이 기장은 후배들에게 그리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매우 엄격한 스타일이다. 그래서 그를 좋아할 사람들이 별로 없을 것 같은데, 꽤 매력적이다.

 

 

승무원과 조종사에 이어 또 흥미로웠던 부분이 데스크 직원들의 업무다. 얼핏 보기엔 데스크에서 고객 응대만 해서 가장 편해 보이는 일로 보이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 이 데스크 일이다. 탑승 전과 탑승 후의 고객들의 민원을 이들이 처리하는데, 역시나 쉽지 않다. 이 외에도 공항에서 일하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매우 흥미롭다. 공항이라는 곳, 또 하나의 거대한 세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생명이 걸린 일이라 비행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항상 긴장해야 하고 완벽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자못 진지하고 딱딱하고 사무적으로 느껴진다. 즉 인간미가 안 느껴질 때도 있는데, 이 영화를 보면 그들 역시 일반인과 같은 사람들이다. 일에 지치고, 실수하고, 울고, 누군가의 웃음거리가 되고. 극 중에서 초보 스튜어디스인 아야세 하루카는 스튜어디스를 지망하는 여고생에게 말한다. 모든 일이 다 힘들겠지만, 이 일도 많이 힘들다고.

 

세상에 쉬워 보이는 일은 있지만 쉬운 일은 없다. 그렇게 쉽지 않은 일들이 모이고 모여야만 이 무거운 비행기를 하늘 위로 띄울 수 있는 것이다. 아, 깔끔한 비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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