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어도 된다고? <돈이 필요 없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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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필요 없는 나라가 된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돼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누군가를 위한 일을 하면 돼요."

 

 

돈이 필요 없는 나라. 정말? 그게 가능해? 책 제목을 보고 퍼뜩 드는 생각이다. 공기가 없으면 살 수 없듯 돈 역시 없으면 살지 못하는 게 아닐까? 두말하면 잔소리. 돈이 없으면 당장 의식주가 해결이 안 될 테니 말이다. 《돈이 필요 없는 나라》의 저자 나가시마 류진은 어쩌다 이런 상식 밖의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그는 누구인가.

저자의 프로필은 그의 일본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나와 있다. 1958년 도쿄 출생, 개띠다. 키 181㎝에 몸무게는 75㎏, 음, 취미는 노래방 가기와 흉내 내기이고 좋아하는 영화는 <사운드 오브 뮤직>이고 좋아하는 배우는…… 손예진, 한지민, 하지원……, 이고 좋아하는 가수는…… 소녀시대, 티아라, 브라운아이드걸스, 씨스타……, 이고, 이 아저씨 이거 귀여워. 굳이 프로필에 이런 것까지 안 밝혀도 되잖아요. 어쨌든!

광고회사에서 35년간 일하다 2015년에 퇴사를 했다는 저자. <돈이 필요 없는 나라>는 2003년에 출판되었는데, 응? 돈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면서 쭉 돈을 벌고 있었다는 거잖아! 자 자, 침착해. 저자의 이야기를 일단 들어보자.

저자는 회사에 들어가고 10년이 조금 넘은 서른다섯 살에 이 책을 썼다. 회사에서 돈 관련 일을 하기가 너무 싫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돈은 그저 종잇조각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한다. 먹을 수도 없고 뭔가와 맞바꾸지 않으면 쓸모없는, 그 자체로는 아무 가치가 없는 것. 그렇다면 모든 사람이 무상으로 일하면 돈 따위 없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돈이 사라지면 편하리라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쳐 갔다. 돈은 공기나 물처럼 본래 자연계에 존재하지도 않고 인간이 만들어낸 도구에 불과하지 않은가. 돈이 꼭 필요한 게 아니라 돈이 필요한 세계를 인간이 만들었을 뿐이다. 돈이 사라지면 세상은 그에 맞춰 돈이 없어도 되는 구조로 바뀔 것이다. 번개를 한 대 맞고 나서 돈이 전부인 돈 중심의 사회를 바꾸고자 쓴 것이 이 책이다.

돈이 필요 없는 나라의 모습은 이야기 형식으로 책에 담겨 있다. 문득 정신이 들고 보니 주인공은 와 본 적 없는 거리에 서 있었다. 한 신사가 불쑥 나타나 주인공을 카페로 안내한다. 메뉴판에 가격은 적혀 있지 않다. 주인공은 커피값을 낼 테니 얼마인지 묻는다. 돈? 그게 뭔가요? 이 이상한 나라에서는 모든 게 공짜다. 누구나 갖고 싶은 걸 뭐든지 가질 수 있으니 소유라는 개념이 없다. 재산을 모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된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남을 위한 일을 한다. 경쟁하지도 않는다. 무언가를 두고 다툴 이유가 없다. 빈부 격차가 없으니 평등하다. 훔칠 게 없어서 도둑도 없다. 결혼이란 제도도 없고 법 자체가 없다.

와우! 돈이 필요 없는 나라. 정말 가능할까? 저자는 말한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가능하냐 아니냐가 아니라, 당신이 지금 어떤 사회를 바라느냐입니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서로 다투고 빈부의 차이가 생기는 사회를 바라느냐, 아니면 돈이 존재하지 않는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바라느냐 하는 거지요. 만약 돈이 존재하지 않는 모두가 평등한 사회가 좋다고 여긴다면 그런 사회를 상상하고 그 이미지를 키워나가세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습니다. 실현이 될지 안 될지도 관계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어떤 사회를 바라느냐입니다.”

우리는 자유롭기 위해 돈을 번다. 돈이 있어야 갖고 싶은 걸 갖고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돈을 벌어도 우리는 자유롭지 못하다. 돈이 없어야, 돈은 없어야 자유로울 수 있다, 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고 나의 바람이다. 자본주의의 현실적 대안으로 공동체, 지역화폐, 기본소득 운동 등 다양한 실험들이 시도되고 있다. 이에 비해 저자의 제안은 그저 상상 속 이야기라고 할 만큼 나이브하달까 다소 순진한 면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새로운 세계를 그리는 방식 가운데 가장 급진적이고 충격적이며 무엇보다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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