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면 <60분 만에 읽었지만 평생 당신 곁을 떠나지 않을 아이디어 생산법>
- 책
- 2020. 9. 13.
정재승이라는 사람이 서문을 쓴 책이다. 응? 정재승? 이렇게 대놓고 서문을 쓴 이의 이름을 책 표지에 써놓다니. 역시 갓재승. 요즘 웬만한 책들, 그러니까 꽤 읽을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이는 책들을 보면 정재승 박사의 추천사가 달려 있는 것 같다. 누가 봐도 한국에서 가장 바빠 보이는 사람인데, 언제 이 수많은 책을 읽고 추천사를 써냈을까.
느닷없이 떠오르는 생각이 가장 귀중한 것이며, 보관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 프랜시스 베이컨
책을 펼치자 위와 같은 문장이 불쑥 튀어나왔다. 나는 느닷없이 오늘 저녁에는 베이컨을 먹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느닷없이 떠오른 이 생각이 가장 귀중한 것이고 보관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하니 오늘 저녁은 역시 베이컨, 너로 정했다(사실 먹지는 않았다). 어쨌든 프랜시스 베이컨의 이 문장은 꽤 맛있는, 그리고 멋있는 문장 같아서, 나중에 혹시나 인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메모를 해둬야겠다고 생각했고, 지금 이렇게 메모를 하고 있다.
이 책은 100페이지가 안 된다. 고작 96페이지의 책이다. 그러니까 아주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말이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장점이다. 그리고 단점이다. 한 독자는 이 책을 두고 이렇게 평했다고 한다.
"짧고 달다."
우오. 멋진 평이다. 이 책에 긴 설명은 필요 없다. 그냥 이 말이면 된다. 짧고 달다. 아주 달콤한 먹잇감이다. 하지만 구태여 이 책을 조금 길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 어떤 독자는 이렇게 말했다. "책 분량이 적을 수는 있지만 굳이 이걸 양장으로 만들어서 비싸게 팔 이유가 있나 싶다."
아이디어는 결코 우연히 생겨나지 않는다. 아이디어를 만드는 공식은 존재한다는 게 이 책의 저자 제임스 웹 영의 주장이다. 그는 광고인이다. 이 책에는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공식이 아주 명료하게, 그리고 아주 간단하게 나와 있다.
아이디어 생산의 원리 두 가지
원리 1 바로 오래된 것들을 결합하는 것
"아이디어는 오래된 요소들의 새로운 조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점이다."
원리 2 요소들의 관계성을 파악하는 것
"오래된 요소들을 가지고 새로운 조합을 만드는 능력이 '관계'를 보는 능력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이다." 아이디어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이 바로 여러 요소들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는 능력이다. "중요한 것은 팩트 자체라기보다 일련의 팩트에 일반 법칙이 적용되는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아이디어 생산을 위해서는 팩트 사이의 관계를 찾으려는 사고 습관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 이 습관은 분명히 훈련으로 키울 수 있다.
그리고 저자가 제시하는, 관계를 찾는 사고 습관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것.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기술 5단계
기술 1 자료를 수집하라
"제대로 자료를 수집하는 일은 보기만큼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아주 귀찮은 과정이기 때문에 우리는 어떻게든 이 과정을 피해보려고 끊임없이 애를 쓴다. 우리는 자료 수집에 보내야 할 시간을 멍한 공상으로 보내는 경우가 아주 많다. 체계적으로 자료를 수집하는 대신에 가만 앉아서 영감이 '탁!' 하고 떠오르기만 기다린다."
너무나 당연한 소리지만 자료 조사가 최선이다. 일단은 양으로 승부하자는 것. 인풋이 많아야 아웃풋이 생긴다는 것.
기술 2 정신적으로 소화하라
위에서 말했듯이 자료들 사이의 관계를 찾아야 한다. "팩트 하나를 골라서 이리저리 뒤집어보고, 다른 각도로 들여다보고, 의미를 새롭게 느껴보아야 한다. 팩트 두 개를 모아서 그것들이 서로 어떻게 맞아 들어가는지 보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떠오르는 모든 것을 잘 적어두어야 한다. 미친 소리 같고 이상해 보여도 일단 기록해두어라. 이것들이 앞으로 나타날 아이디어들의 실마리가 된다.
기술 3 휴식을 주어라
"세 번째 단계에서는 직접적인 노력은 아무것도 필요없다. 모든 주제를 내려놓고 고민하는 문제에 대한 생각을 머릿속에서 최대한 몰아내라. 이 역시 아이디어 생산 과정에서 앞선 두 단계만큼이나 명확하고 반드시 필요한 단계라는 사실을 깨닫는 게 중요하다. 이번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고민하는 문제를 무의식으로 보내서 잠자는 동안 해결되게 하는 것이다."
자료를 최대한 많이 수집하고 자료들 간의 관계를 살피며 떠오르는 모든 것을 잘 메모해두었다면 이제는 다 잊고 쉬면 된다.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고 소설을 읽어라. "첫 번째 단계에서 우리는 일용할 양식을 수집했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꼭꼭 잘 씹었다. 이제는 소화할 차례다. 가만히 둬라. 대신에 위액이 잘 나오게끔 자극을 줘라."
기술 4 느닷없이 눈앞에 아이디어가 나타난다
앞의 과정을 충실히 이행했다면 이제 아이디어가 나타날 것이다. 그게 뭐든 말이다. 문득 떠오르는 게 아이디어다. 그럴 땐 '유레카!'를 외치자.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이 그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술 5 주변에 내놓아 우선 검증하라
"이번 단계는 이제 막 탄생한 내 자그마한 아이디어를 현실이라는 세상에 내놓는 단계다. 이 단계를 겪다 보면 처음에 탄생할 때 생각했던 것만큼 내 아이디어가 그렇게 대단한 '기적 같은 아이'는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엔 떠오른 아이디어를 주변에 알리는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라면 주변의 반응을 일으켜 점점 형태를 갖추게 될 것이다.
책값은 9,800원이다. 참고로 나는 이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수첩에 고스란히 기록해두었다. 이제 이 내용은 평생 나의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의 제목처럼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 책은 수첩에 따로 기록할 만큼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나는 이제 아이디어가 없어서 뭘 못 하겠다는 생각은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디어가 없는 이유는 이 책에서 제시한 공식을 따르지 않았을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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