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남성성과 여성성 패스트 라이브즈 일본 관람 감상 후기 리뷰
- 영화 리뷰
- 2024. 4. 12.
패스트 라이브즈(パスト ライブス 再会)
일본 개봉일 2024년 4월 5일
감독 셀린 송
출연 그레타 리, 유태오
국어책 읽는 한국어
개봉 전에 많이 기대했던 작품이었지만 기대 이하였다. 애정하는 평론가도 좋다고 했었고 영화 애호가인 일본 지인도 고대했던 영화였다고 했다. 그렇지만 내게는 그저 그런 작품 중 하나였다. 일본 영화 커뮤니티에서 <패스트 라이브즈>의 별점은 5점 만점에 3.9점이다. 꽤 높은 점수다. 일본인이 보는 것과 한국인이 보는 게 다를 것이다.
먼저 나영(그레타 리)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그런데 어른이 된 나영의 한국어는 못 들어주겠더라. 영화 속에서 너무 현실과 이질감이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한국어를 저렇게 한다고? 전체적으로 국어책을 읽는 듯한 한국어 발음으로 집중이 방해가 되었다. 더욱 몰입에 방해가 된 건 해성(유태오)의 한국어다. 해성은 극중에서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인데, 왜 한국어를 못 하지? 교포인 줄.
그도 그럴 게 유태오는 독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레타 리도 유태오도 캐스팅이 완벽하지는 않았다고 본다. 작품 몰입을 방해할 정도의 한국어 실력. 외국 관람객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한국 관람객들에게는 치명적 오점으로 다가온다. 이건 옥의 티 정도가 아니라 치명상이다. 이로 인해 작품 전체의 퀄리티가 저하되었다.
셀린 송이 생각하는 한국인?
영화에서는 한국, 한국 타령을 한다. 미국인과 비교해서 한국인은 이렇고 저렇다. 근데 그게 한국인인 나에게 전혀 와 닿지 않는 묘사였다. 역시 그도 그럴 게 감독인 셀린 송 역시 그냥 외부인이랄까 경계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인의 이미지를 영화에서 한국인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미 외부인이 된 그의 시선과 내부인의 시선은 같을 수 없다. 외부인이 내부인의 흉내를 내니 어설프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이 영화가 해외에서 평이 좋았다고 하는데, 그들은 모두 외부인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해외에서보다 평이 좋을 수 없을 것 같다.
나영이 해성을 좋아하는 이유는 남자다워서이다. 극중에서 해성은 전혀, 1도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준 게 없는데, 뭔가 남자답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갔다. 오히려 나영이 더욱 남성성을 가지고 있었다. 미국으로 이민 간 나영은 이미 그곳에 스며들어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서양인이 되었다. 하지만 한국의 해성은 점잖고 소극적인 동양인이다. 감독은 이렇게 서양인과 한국인을 대비해 그리고 있다. 이게 열이 받았다. 언제적 스테레오 타입인가.
나영과 해성의 관계는 언제나 나영이 리드한다. 나영이 끌어주고 해성은 따라가는 느낌이다. 어디 해성이 남자답다는 건지. 회전목마 앞에서 둘이 취한 포즈에서 둘의 관계가 역력히 드러난다. 나영은 다리를 한쪽 다리를 치켜 올리고 거만하게 왕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근데 해성은 다소곳하다. 나영의 포즈가 너무 작위적이다. 역전된 남녀 관계를 보여 주기 위한 감독의 의도인가.
뒤바뀌어 버린 남성성과 여성성
이 영화의 메시지는 인연이란 게 있지만 정직해야 함을 말한다. 인연으로 둘이 만날 수는 있지만 그때부터는 둘의 몫이다. 나영은 해성이 자신은 만나러 미국으로 오기를 바랐다. 나영은 한국으로 갈 비행기를 매일 찾아보고 있다며, 자신의 속내를 드러냈지만 해성은 그러지 않았다, 아니 그러지 못했다. 서로 그랬다면 할 말 없지만, 해성은 나영이 하자는 대로 했다. 당분간 연락을 끊자는 나영의 말에, 그저 알았다는 말밖에. 나영이 원하던 대답이 아니었다.
나영은 해성의 남자답지 못함에 스스로 남자다워졌다. 둘의 관계는 해성이 아닌 나영이 결정했다. 연락을 끊자고 제안하고 먼저 결혼했다. 해성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성성의 부재는 여자를 남자로 만든다. 나영과 남편의 관계 역시 나영이 관계를 주도한다. 나영이 선택하는 입장이고, 남편은 나영의 선택에 조마조마하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영화에서 나영의 남편은 남자다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둘의 관계는 사랑이라기보다는 우정 같다. 아니, 남편은 나영을 사랑하지만, 나영은 남편을 우정한다.
나영에게서 여성성이란 찾기 힘들다.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상을 받겠다는 원대한 포부로 미국에 갔다. 열심히 일을 하며 커리어도 쌓고 있다. 동종 업계 남자를 만나 결혼도 했다. 근데 나는 영화 속에서 나영이 여자로서 사랑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어려웠다. 아니, 한 번 있다. 해성과 온라인으로 매일 대화를 할 때. 그때 나영은 사랑에 빠져 있었다. 근데 해성과 연락을 끊은 뒤로부터는 나영의 사랑은 노력해야 하는 것으로 변해 버렸다.
해성은 자신의 마음에 정직하지 못했다. 해성은 더 빨리 나영을 만나러 미국에 갔어야 했다. 그리고 연락을 끊자고 먼저 말했어야 했다. 아니면 연락을 끊자는 나영의 말을 거절했어야 했다. 인연이고 전생이고 정직하지 못함에 핑계를 대기 위한 말들이다. 해성은 정직해야 했다. 이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어른이 되지 못한 소년 해성의 슬픈 러브 스토리다. 해성은 끝끝내 성장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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