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초 사육 소고기가 일반 곡물 사육 소고기보다 건강에 좋을까

카니보어를 시작하면 좋은 고기가 먹고 싶어 진다. 고기만 먹는 카니보어다 보니 질 좋은 고기를 먹고 싶은 건 당연하다. 일단 한우는 스킵하고 수입육 소고기, 미국산이나 호주산 소고기를 주로 먹게 되는데, 이 중 질 좋은 소고기라 함은 목초를 먹여 키운 목초육 소고기다. 근데 목초육 소고기는 일반 소고기, 그러니까 도축되기 전에 곡물을 먹은 곡물육 소고기랑 다를까?

 

일단 본인은 현재 일본에서 살고 있고 2023년 12월부터 카니보어를 시작했다. 일본에서 국내산 소고기라고 하면 보통 와규인데, 난 와규를 비롯한 일본 소고기는 안 사 먹는다. 한우랑 비슷하게 사육환경이 안 좋아서다. 씹는 맛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 일본에서는 소를 키울 때 움직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좁은 공간에 가두어 놓고 키운다고 한다. 반면 미국산이나 호주산은 처음엔 넓은 들판에서 키우고 도축 전에 가두어 놓는다고 한다. 그래서 난 일본에 살면서 미국산과 호주산 소고기만 사 먹는다.

 

근데 이상한 게 일본의 마트들에는 목초 사육 소고기가 안 판다. 근처 대형 마트도 가 보고 여러 마트에 가 봤는데 아무리 찾아 봐도 목초 사육 소고기는 보이지 않는다. 일본엔 카니보어가 아직 한국만큼 수입이 안 된 것 같다. 유튜브에서 카니보어 관련 일본 영상 찾아봐도 거의 없다. 어쨌든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일본 마트에서는 목초육 소고기를 구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일반 미국산, 호주산 소고기를 사 먹고 있다.

 

 

 

목초육 소고기와 일반 소고기는 영양적 측면에서 거의 차이가 없다

목초육 소고기를 못 먹는다고 해서 그렇다고 일반 소고기를 먹는 게 나쁠까? 네버. 전혀 그렇지 않다. 일단 고기는 옳다. 목초육 소고기를 먹는 게 윤리적인 이점은 분명 있지만, 영양적 이점은 일반 소고기와 비교 했을 때 크지 않다! 그러니까 목초육 소고기 비싸서 못 먹는다고 너무 서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쉽게 생각해도 풀을 먹인 소고기가 일반 곡물을 먹인 소고기보다 질이 좋을 거 같다. 근데 영양적으로는 목초 사육 소고기가 일반 소고기보다 더 낫다는 건 입증할 수 없다!

 

미시간주립대학교에서 시판 중인 목초육 소고기 등심 750개의 영양 성분을 분석했다. 소고기 표본은 미국 10개 주에 포함된 소고기 업체 12곳에서 구한 것이었다. 그리고 일본 소고기와 비교를 했다. 목초육 소고기들의 영양 성분은 대부분 일반 소고기보다 많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주목할 만한 차이는 아니었다고 한다! 그리고 목초육 소고기들의 영양성분은 균일화할 수 없이 다 천차만별이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들판에 방목해 놓고 풀을 먹였다고 해도 모든 소가 다 같은 양과 질의 풀을 먹는 건 아니다. 그래서 다 영양성분이 다르게 나타나는 거다.

 

즉 영양 성분만 봤을 때는 대단할 정도로 목초육 소고기와 일반 곡물육 소고기가 차이는 나지만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일반 소고기를 100% 목초육 소고기로 대체하는 것보다는 그냥 일본 소고기를 사 먹으면서 생선 같은 걸 더해 먹는 게 더 영양적으로 효과적이다.

 

 

 

우리는 목초 사육 소고기가 영양상 더 좋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는 사실이 원망스럽다. 그러면 이야기가 더 간단하고 깔끔할 것이기 때문이다. 유제품의 경우에는 젖소가 목초를 먹고 자랐느냐 아니냐에 따라 영양상의 차이가 크다. 달걀과 생선도 마찬가지다. 일반 닭이 낳은 달걀과 목초를 먹고 자란 닭이 낳은 달걀, 그리고 야생에서 잡은 물고기와 양식 물고기는 영양상 차이가 크다. 지금까지의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는 목초 사육 소고기가 환경적으로, 그리고 윤리적으로 일반 소고기보다 우월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연구를 검토한 결과, 영양상의 특징(단백질, 필수 지방, 미네랄, 비타민)만 따졌을 때는 목초 사육 소고기와 일반 소고기의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는 목초 사육 소고기가 영양가가 더 높다고 주장할 방법을 어떻게든 찾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누구라도 실제 데이터를 확인하기는 제법 쉽다. 우리가 탄탄한 근거도 없이 목초 사육 소고기에 유리하게 이야기를 몰아갔다면 독자 여러분과의 신뢰가 깨져서 여러분이 우리의 다른 주장도 믿지 못했을 것이다.

- <신성한 소>, 다이애나 로저스, 롭 울프 -

 

 

그렇다. 다시 말하지만 연구 결과만 놓고 보면 목초육 소고기와 일반 소고기와 영양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 일단 적색육은 일반적으로 인간에게 중요하고 영양이 가장 풍부한 음식 중 하나이다. 목초육이든 곡물육이든 인간에게 가장 적합한 음식이다. 그러니 목초육이 아니면 먹는 의미가 없으니 다른 대체 식품을 사 먹는 게 낫다는 발상은 어불성설이다.

 

목초육이 아니더라도 최고의 영양을 공급받고 싶다면 일반 소고기라도 많이 먹어야 한다. 물론 목초 사육 소고기를 선택하는 건 좋다. 윤리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하지만 순전히 영양적 측면에서만 보자면 굳이 목초 사육 소고기를 무리해서 사 먹을 필요는 없다는 것!

 

결론: 윤리적·환경적으로 목초육 소고기가 우월하지만 영양적으로는 거의 비슷하니 가리지 말고 먹자!

 

---

참고 도서

 

신성한 소

채식 열풍에 가려진 육식의 효용과 가치를 영양, 환경, 철학의 측면에서 다각도로 고찰하면서 진정으로 지속 가능한 먹거리가 무엇인지를 탐구하는 책이다. 육식이라는 행위에 막연한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사회를 향해 건강과 환경을 위해서, 생태계의 자연스러운 순환을 위해서 육식은 꼭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럼으로써 이 땅의 모든 잡식주의자들을 대변하는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채식 김밥, 채식 햄버거 등이 출시되어 그 어느 때보다 쿨하고 핫한 것으로 여겨지는 채식주의는 어느새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따른 트렌드이자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고기를 먹는 행위는 식탐, 살생, 힘, 권력 등의 상징이 되었고 만성 질환의 원인이자 환경 파괴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육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소의 방귀가 지구를 병들게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어떤 비판도 허용되지 않는 관습이나 제도’를 뜻하는 ‘신성한 소’가 되어버렸다. 반면에 채식주의는 건강, 깨우침, 교양, 순수함, 바른 생활을 대변하는 인도적인 결단이자 윤리적인 선택으로 여겨진다. 이 책은 채식과 육식, 더 나아가서는 무언가를 먹는 행위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과 함께 민감하지만 꼭 필요한 질문들을 던진다. 고기를 먹으면 정말로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지, 먹기 위해서 생명을 꼭 죽여야 하는지부터 시작해서 식물이 동물보다 아픔을 덜 느끼는지, 생태계에 최소한의 해를 끼치면서 영양이 풍부한 식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차분히 탐구해본다. 또한 지속 가능한 식량 시스템을 위해, 우리를 포함한 모든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지구의 안녕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지침까지 제시하고 있다.

저자

다이애나 로저스, 롭 울프

출판

더난출판사

출판일

2021.07.02

 

---

 

 

육식 혐오하던 채식 찬양자가 육식 찬양자가 된 이유

 

탄수화물은 안 먹어도 된다 아니 안 먹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