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많이 하지 말고 느낌을 따라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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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일본에서 일본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어느덧 4년 차가 되었다. 수많은 일본인 학생들을 만나 왔고 만나고 있다. 그리고 수많은 이야기들을 나눠왔고 나누고 있다. 그중 재일 교포 학생이 한 명 있다. 나보다 나이가 10살은 위인 아저씨 학생이다. 일본에서 태어나서 한국어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열심히 배우고 있다. 월요일마다 그를 만나서 50분씩 수업을 한다. 그와의 이야기는 즐겁다. 그의 인생은 다사다난했다. 그의 인생 이야기를 듣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난다. 일상적인 이야기에서부터 인생 이야기까지.

 

며칠 전 수업에는 내가 요즘 읽고 있는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냈다. '돈 벌기 vs 추억 만들기' 뭐가 더 중요하지에 대해서. 그는 균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개미와 베짱이의 삶 중 어떤 삶이 더 가치가 있을까요? 개미가 좀 더 인생을 즐겼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요? 베짱이가 조금만 더 저축을 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요? 개미와 베짱이의 사이의 어떤 지점. 그는 젊은 시절 영국에서 유학을 했고 유럽 배낭여행을 했었다. 유학을 끝내고 일본에서도 꽤 큰 회사에서 일했다. 그런데 일을 너무 열심히 한 나머지 건강이 나빠져 현재 쉬면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건강만 하다면 돈 벌기든 추억 만들기든 뭐든 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OO는 저보다 인생 선배잖아요? 30대의 저에게 혹시 충고해줄 게 있나요?"

그는 웃었다. 그리고 곰곰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어서 일본어가 아닌 한국어로 내게 충고의 말을 건넸다.

 

"많이 생각하지 마세요. 느낌대로 사세요."

 

와, 나는 솔직히 감동했다. 마음이 울렸다. 이런 말을 들은 게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처럼 보이는 걸까. 근데 그게 맞다. 나는 생각이 많다. 너무 많이 생각해서 너무 많은 걸 포기한다. 생각이 많아서 생각 끝에 많은 걸 시도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나는 개미의 삶을 살았다. 생각이 깊지 못하고 많기만 해서 만족을 너무나 오래 미루고 금욕적인 삶을 살아왔다.

 

남들 쉬는 날에 여행 다니고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닐 때 나는 방에 처박혀 일을 했다. 현재 일본 생활 4년 차이지만, 누군가 내게 "당신은 그동안 일본에서 뭘 했나요?"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매우 궁색하다.

 

"일이요."

 

추억이 없다. 그래서 요즘 내 인생에서 '돈 벌기 vs 추억 만들기'의 승자는 후자다. 생각을 하지 말고 즐거움을 즐기는 데 시간을 더 쓰자는 거다. 생각을 하다 보면 안 할 이유만 찾게 된다.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넷플릭스에 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그냥 영화관에 보러 가기. 그것도 가장 비싼 자리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재지 말고 정직하게 남자답게 표현하기 등등. 그의 조언이 시기적절하게 내 마음을 울렸다.

 

예전에 기록해둔 이 글귀가 지금 이 순간 가슴을 너무나도 세게 때린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이번에는 용감히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
느긋하고 유연하게 살리라.
그리고 더 바보처럼 살리라.
매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더 많은 기회를 붙잡으리라.
더 많은 산을 오르고, 더 많은 강을 헤엄치리라.
아이스크림은 더 많이 그리고 콩은 더 조금 먹으리라.
어쩌면 실제로 더 많은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일어나지도 않을 걱정거리를 상상하지는 않으리라.

-나딘 스테어의 시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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