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판 하이큐!! 쓰레기장의 결전 일본에서 감상한 후기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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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하이큐!! 쓰레기장의 결전>

일본 개봉일 2024년 2월 16일

상영 시간 85분

감독 미츠나카 스스무

 

이걸 볼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이걸 본 주변 일본 지인들이 하나같이 다 추천을 하더라. 그래서 대화 흐름상 나도 보러 간다고 약속을 해 버렸고, 그렇게 덜컥 오랜만에 극장으로 향하게 되었다. 지인이 이걸 무려 4번이나 봤다고 했다. 볼 때마다 감동 포인트가 달랐고, 볼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그 지인은 20대 초중반의 여성으로 아직 소녀 감성을 간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근데 30대 중반인 나 역시 이 작품을 보고 눈물을 보일 뻔했으니, 이 가슴의 뜨거움은 뭐지? 가슴이 자꾸 벅차올라서 영화를 보는 내내 내가 지금 살아 있음을 강하게 실감했다.

 

일본 극장에는 '굉음 상영'이라는 옵션이 있다. 일반 상영에 비해 현장감이 더욱 느껴지는 사운드를 선사한다. 진짜 배고 코트에 있는 줄.

 

 

내가 영화를 본 곳은 우에노 토호시네마즈였다. 이왕 볼 거면 제대로 보자고 해서 일반 티켓보다 약간 더 비싼 '굉음(轟音) 상영' 티켓을 끊었다. 이건 좀 더 리얼한 사운드를 체감할 수 있는 옵션이다. 실제로 작품 속 코트 위에서 볼을 때리거나 받을 때 사운드가 장난이 아니었다. 온몸이 물리적으로 울릴 만큼 사운드가 박력 있게 느껴졌다. 소리로 나를 때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 가슴은 더 뜨거워졌다. 하. 너무 좋다.

 

이번 극장판은 카라스노와 네코마의 대결을 다룬다. 카라스노를 상징하는 까마귀와 네코마를 상징하는 고양이의 대결. 그래서 '쓰레기장의 결전'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일본에서는 까마귀와 고양이가 쓰레기장에서 음식 쓰레기를 놓고 혈투를 벌인다. 물론 일본에 살면서 이걸 목격한 적은 아직 없다. 다만 까마귀가 쓰레기봉투를 흉악스럽게 부리로 쪼아 터뜨리는 장면은 종종 목도했다.

 

초공격형 팀인 카라스노와 팀워크와 철벽 블로킹을 자랑하는 수비형 팀 네코마의 대결. 그야말로 창과 방패의 대결. 감독과 각본은 하이큐 애니메이션 1~3기의 감독을 맡았던 미츠나카 스스무. 믿고 보는 감독. 게다가 이 작품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켄마의 성우는 <진격의 거인>의 엘렌 예거의 목소리를 연기한 카지 유키. 믿고 듣는 목소리.

 

영화관 한쪽에 이런 굿즈들이 팔고 있다.

 

 

먼저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히나타 쇼요가 아닌 네코마의 코즈메 켄마다. 본작의 원래 주인공 쇼요는 그냥 배구 바보인 캐릭터다. 인생의 전부가 배구인 쇼요와 달리 켄마에게 배구란 그냥 학창 시절에 잠깐 하는, 시간이 나면 잠깐씩 하는 시간 때우기용 닌텐도 게임 같은 거다. 쇼요와 켄마가 처음 만났을 때, 쇼요는 켄마에게 묻는다. "배구 좋아해?" 쇼요와 켄마가 친구가 되는 순간이다. "뭐 그냥 하고 있는 거야." 쇼요는 다시 묻는다. "그럼, 너희 학교는 잘해?" "응, 요즘엔 좀 잘하는 것 같아." 쇼요와 켄마가 라이벌이 되는 순간이다. 쇼요는 배구에 대한 열정이 자신만큼 뜨겁지 않은 켄마에게 조금은 답답함을 느낀다. "다음엔 너한테서 '뭐 그냥'이라는 말이 아닌 '분했다' 아니면 '즐거웠다'라는 말이 나오게 해 줄게." 쇼요의 이 선언의 결과는 이 작품에서 증명된다.

 

켄마가 배구를 시작한 계기는 그의 절친인 쿠로오 테츠로의 권유였다. 우연히 시작한 배구였는데 세터로서의 센스가 있어서 고등학교까지 하게 되었고 주전 세터까지 된 것이다. 켄마가 세터 포지션을 좋아하는 이유는 많이 움직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카라스노의 츠키시마 케이 역시 켄마와 비슷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데, 츠키 역시 배구 바보들에게 묻는다. "왜 그렇게들까지 필사적입니까?" 그런데 츠키시마도 켄마도 누군가를 만나 변하기 시작한다. 이번 작품은 바로 켄마의 변화, 나아가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작품은 좋아하지만 관련 굿즈는 절대 사지 않는 나.

 

 

켄마에게 쇼요라는 존재는 '항상 새로운 존재'이다. 켄마는 쇼요에게 말한다. "쇼요와 연습이 아닌 시합을 해 보고 싶어. 지면 바로 게임 오버가 되는 시합." "좋아. 하자." 켄마의 흔치 않은 적극성이 드러나는 대사이다. 켄마와 쇼요가 약속한 그 시합, 지면 바로 끝나는 시합, '한 번 더'가 없는 시합이 이 작품에서 펼쳐진다. 그것도 무려 3세트 전부를 실제 배구 경기를 중계하듯이 보여준다. 이 부분이 난 너무 좋았다. 애니뿐만 아니라 나는 실제 배구라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팬인데, 실제 TV 중계를 보는 듯이 애니메이션에서도 이를 너무 잘 묘사해 냈다.

 

압도적인 사운드로 배구 시합을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이 작품의 묘미는 단지 그것에 그치지 않는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진다는 거다. 바로 살아 있다는 느낌일까. 저렇게 자신의 인생을 최대한으로 불태우는 모습을 보고 어떻게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을 수 있을까. 게다가 그냥 들으면 별거 아닌 말들이 작품 속에서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뭔가 특별하고 멋들어진 대사가 아님에도 대사 하나하나가 가슴에 깊이 박힌다. 이 작품의 장르는 분명 소년 스포츠 애니메이션이지만 이 작품은 어찌 된 게 승패에 집착하지 않게 하고 그냥 인생의 의미를 탐구하게 한다.

 

사진 왼쪽에 켄마랑 쇼요가 서로 칼을 겨누는 저 장면을 퍼즐로 만든 게 있는데, 이건 좀 위험하지 않나?

 

 

 

영화를 보면서 사실 카라스노가 이기든 네코마가 이기든 승패는 상관없었다. 어느 팀이 이기길 바란 게 아니라 나는 그저 한 가지만 바랐다. 제발 끝나지 마라. 그냥 이 미친 시합을 영원히 보고 싶었다. 볼을 때릴 때의 가슴을 울리는 사운드와 또 다른 형태로 가슴을 울리는 대사들. 영화를 보는 순간 나는 이 순간이 영원하길 바랐다. 이 뜨거워진 가슴을 영원히 뜨겁게 유지하고 싶었다. 그 기분이, 그 고양된 감정이, 그 살아 있음이 너무 황홀했다. 내 일본 지인이 이걸 4번 봤다고 했는데, 그걸 그저 소녀 감성이라고 치부했는데, 이건 그저 단순한 소녀 감성이 아닌 뜨거운 가슴을 유지하고 싶은 무의식적 욕망의 발현이었다.

 

이 작품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는 경기 마지막 3세트에 전부 나온다. 종반부에 다다를수록 영화는 켄마의 시점으로 전개가 되기 시작한다. 관객들은 이미 켄마에 충분히 감정이입이 된 상태다. 현실 속 자신들과 닮았기 때문이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뜨뜻미지근한 가슴의 소유자들.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켄마가 성장했음을 공표하는 켄마의 한 마디 대사가 드디어 나온다. 이 대사야말로 쇼요가 켄마에게 듣고 싶었던 한 마디였고, 이 대사에 바로 이 영화를 보면서 내내 찾아 헤맸던 인생의 의미가 담겨 있다. 그것은 영화를 보시면 된다.

 

아, 이 뜨거워진 가슴을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 주에 IMAX로 한 번 더 보러 갈까 생각 중이다. 사실 작년에 <더 퍼스트 슬램덩크>도 일본에서 봤는데, 후회하는 게 한 번밖에 보지 않았다는 거다. 몇 번 더 극장에 가서 볼걸 하는 후회가 남았는데, 이번 하이큐 극장판 역시 한 번 더 안 보면 후회할 것 같다.

 

요즘 내 마인드가 '경험을 하는 데 돈을 아끼지 말자'이다. 이렇게 가슴이 뜨거워지는 경험에 돈을 아낄 이유가 있을까? 당신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건 무엇인가? 그게 그냥 고작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우스운가? 그건 다른 사람이 판단하는 게 아니다. 자신이 판단하면 된다. 나는 조만간 다시 가슴을 달구러 이걸 보러 간다. 가슴 달구고 인생도 뜨겁게 달군다. 가슴을 뜨겁게 달구고 싶다면 꼭 보시길. 한국에서는 5월쯤에 개봉한다고 하는데, 꼭 보시길.

 

일본 사람들은 이 작품을 어떻게 봤는지 그들의 관람평이 궁금하다면 아래를 클릭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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