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에 왕따가 있습니다 <상처투성이의 악마>(傷だらけの悪魔)
- 영화 리뷰
- 2020. 9. 16.
“네 인생이잖아. 남 탓하지 마.”
아버지의 직장 탓에 도쿄에서 시골 고등학교로 전학을 간 카사이(아다치 리카). 도시를 그리워하지만 어쨌든 새로운 학교에서 적당한 포지션을 차지하며 편안히 생활하겠다는 각오로 첫 등교를 한다. 중학교를 도쿄에서 다녔다는 이유로 전학생 카사이를 안내하게 된 오다기리(에노사와 마나미). 사실 오다기리는 중학교 때 카사이와 어울리던 친구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해 등교 거부를 하다 이름을 바꾸고 이 학교에 와 있던 것.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카사이에게 오다기리는 묻는다. “도쿄에서는 왕따가 흔해?” “내가 있던 데는 별로 없었지만 어딜 가든 그런 건 있지 않을까?” “그렇구나. 여긴 아주 평화로워.” 중학교 시절 따돌림 가해자와 피해자가 시골의 한 고등학교에서 다시 만나다니! 절호의 기회! 오다기리는 반 친구들이 모두 모인 교실에서 카사이가 중학교 때 자신을 괴롭혔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그때부터 카사이는 고립무원에 빠지고 집단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오다기리의 복수가 시작된 것이다.
영화 <상처투성이의 악마>는 2014년에 연재를 시작한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며, 일본에서 2017년에 개봉했다(웹툰은 아직 연재 중이다). 어느 시골 고등학교로 전학을 간 주인공이 한때 못살게 괴롭히던 왕따 소녀와 재회하고 이제는 거꾸로 자기가 괴롭힘의 피해자 입장이 되면서 고민하고 역경을 헤쳐 나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어제의 적이 오늘은 친구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영화는 누가 진짜 악마인지를 묻는다.
야마기시 산타 감독은 뮤직비디오를 주로 만들던 영상 제작자이다. <상처투성이의 악마>는 그의 첫 장편 영화인 셈이다. “(뮤직비디오 작업은) 기본적으로 곡이 있고 그에 맞는 영상을 만드는 겁니다. 이 영화 역시 원작이 있고 그에 대한 영상을 만든다고 생각해서, 접근 방식은 뮤직비디오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일까. 영화는 마치 90분짜리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독특한 연출로 내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반 아이들의 괴롭힘이 도를 넘자 카사이는 무단결석을 하고 도쿄에 가서 옛 친구들을 만난다. 오다기리를 괴롭히던 그 친구들이다. 카사이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앞에서 애써 웃어 보이지만 결국 지난날의 자기 모습을 후회한다고 털어놓는다. 침울했던 마음을 툭 털고 일어선 카사이는 머리를 밝게 물들이고 학교에 나타난다. 카사이의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카사이는 마치 ‘데스노트’라도 쓰듯이, 노트에 반 아이들의 이름을 적어가며 한 사람씩 처리해 나간다. 상황은 역전되고 오다기리는 카사이를 붙잡고 이게 다 네 탓이라며, 네가 내 인생을 망쳤다며 소리친다. 카사이의 대답은 의미심장하다. “어쩌라고. 네 인생이잖아. 남 탓하지 마.”
상황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학교 선생은 무얼 하고 있었을까? 담임선생은 ‘우리 반에 왕따가 있어요’라는 익명의 학생이 건넨 쪽지를 보고서도 모른 척 방관만 한다. 각자의 문제는 각자가 해결하는 것, 그것이 세상사라는 게 선생의 생각이다. 선생에게 학교는 그저 평화로워야만 하는 직장일 뿐이다. 자, 진짜 악마는 누구인가.
영화의 주제곡 <NAI NAI NAI>를 부른 가수는 공개 오디션으로 선발되었는데, 오디션에 1만 명 이상이 참가했다고 한다. 오디션의 우승자인 NANA는 극 중 학교 축제 장면에 출연해서 직접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주제곡은 YUI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곤도 히사시가 맡아 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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