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진짜 삶을 찾아서 <리스본행 야간열차>
- 영화 리뷰
- 2020. 9. 12.
리스본행 기차를 무작정 탄 중년의 남자는 이전까지만 해도 별 볼 일 없는 인생을 살아왔다. 남자는 리스본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어떤 젊은이들의 과거를 접한다. 남자는 말한다.
"그들의 삶이 너무 특별해서, 그 동안의 내 삶은 아무 의미도 없는 것 같아."
"그들의 삶은 충만했어. 근데 나는? Where is my life?"
그 젊은이들의 삶에서 자신의 무의미한 삶을 깨닫는 남자. 그럼에도 그는 리스본을 떠나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 한다. 아무 의미 없이 살아왔던 그동안의 삶으로 다시 돌아가려 기차를 타려 한다. 리스본에서 만난 안과 의사가 역까지 배웅을 와 묻는다.
"그럼에도 당신은 또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려 하는 건가요? 여기 있어요. 여기서 지내세요."
그리고 남자의 대답으로 영화는 끝난다. 남자는 리스본에 와서 자신의 지난 삶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 삶을 제대로 살아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처참하게 부서지더라도 온전히 삶을 살아냈던 과거의 그들을 마냥 동경할 뿐이다. 자신은 왜 그런 삶을 살지 못했을까.
리스본에 오자마자 남자가 끼던 안경이 깨져 버린다. 그리고 새 안경을 맞춰 낀다. 안과 의사는 묻는다.
"훨씬 더 잘 보이죠? 그렇지만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조금 걸릴 거예요. 다 그렇죠."
이 영화엔 두 개의 주요한 상징이 있다. '기차'와 '안경'. 기차는 새로운 삶으로 남자를 인도해 주고, 이전의 삶으로 남자를 돌아가게 해 줄 수 있다. 기차를 타고 어디로 갈지는 물론 남자의 몫이다. 안경은 남자가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해 준다. 오래된 안경으로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새 안경을 끼자 보이기 시작한다.
오래 볼 사람이 아니라며 자신의 제자들에게도 정을 붙이지 않던 남자가 리스본에서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자, 가보지 않았던 곳으로 향하는 기차를 탈 것인가. 항상 가던 곳으로 향하는 기차를 탈 것인가. 떠날 것인가. 돌아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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