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취업을 원하는 사람이 읽으면 좋을 책 <일본 관찰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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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일본이 몰락 중이라는 내용의 책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는 듯하다. 이 책의 부제 역시 그 흐름을 타고 '한국이 일본을 이기는 18가지 이유'이다. 동양의 해 뜨는 나라였던 일본이 지고 한국이 뜨고 있다는 것인데, 이번 코로나 사태를 대처하는 한국과 일본의 방식만 보아도 대충 수긍이 간다.

 

일본은 몰락 중인가

저자 염종순은 일본에서 30년 가까이 사업을 했으며, 국내 최고의 일본 전문가로 불린다. 그의 일본 관찰기를 읽으며 내가 느낀 일본이라는 나라의 이미지는 '변화를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변하지 않는 것과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은 다르다. 변하지 않아야 할 것이 변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나, 변해야 할 것이 변하지 않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일본은 후자에 속한다. 변해야 할 것들이 일본에서는 변하지 않고 있다.

​내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일본에서 생활할 때 통장 하나 만드는 데 도장을 요구해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외국인이라 따로 도장 같은 게 없는데 어떻게 하냐고 안 되는 일본어로 반문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다메데쓰' 즉, 'NO'였다. 가장 불편했던 점은 동전 지갑을 늘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본은 아직도 너무나도 지독한 현금 사회였다. 장을 볼 때마다 짤짤이 동전들로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일본은 시대에 뒤처지고 있다. 너무나 아날로그적인 것들이 그대로 답습되고 있는데, 이건 단순히 옛것이 좋은 것이여, 전통을 계승해야지 따위의 문제가 아니다. 변해야 할 것들이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키려고만 하고 바뀌려고는 하지 않는 것이다. 아베 신조가 최장기로 집권하다가 이제야 비로소 건강 상의 이유를 대며 물러나는 것을 보면 뭐.

 

일본 취업의 현실

저자는 한국인들에게 기회가 있다고 말한다. 한국인들이 일본에 건너가 한국의 선진적인 정보화 기술 따위를 전수함으로써 윈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집어 든 이유가 일본에서 일하는 것, 일본 취업이 어떨까 하는 궁금증에서였다. 이미 일본 회사에 내정을 받아서 현재 대기 중인데, 일본으로 가기 전까지 일본이 어떤 나라인지 좀 알고 싶어서 말이다. '일본 취업의 현실'이라는 꼭지의 부분을 옮겨 본다.

 

과연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일본 취업의 기회는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역설적으로 필자는 우리 젊은이들의 일본 취업에 큰 가능성을 본다. 단, 진출하는 분야와 역할에 따라 상황은 극적으로 반전될 수 있다고 본다.
   분명히 우리가 취업시장에서 동남아시아의 인재들과 경쟁을 하면 밀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너무도 많다. 그들의 해외취업에 관한 확고한 의지도 그렇지만, 한자를 기본으로 하는 일본 사회에서 한자문화권인 중국인들과의 경쟁은 그야말로 기울어진 운동장일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그럼 우리 젊은이들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세계 최고의 정보화 선진국에서 일생생활을 영위해온 경험들이다.
한국 젊은이들이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행정, 의료, 금융 서비스를 경험해보면 한국과의 차이를 느끼게 되고, 왜 일본은 아직도 우리처럼 정보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될 것이다. 혹은 일본 기업에 취업해서 우리와는 사뭇 다른 일본 사내 정보시스템을 경험해보면 정보화의 문제점이 보일 것이다.
   '모든 혁신은 현재에 대한 부정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말처럼 우리 젊은이들이 일본에서 일하게 된다면 일본의 젊은이들과는 다르게 문제점을 직시히고 개선해야 할 점을 관리자 혹은 경영자에게 제기하게 되므로 기업 발전에 기여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한국의 청년들을 일본에 취업시키려면 장교의 역할로 보낼 것인가 사병의 역할로 보낼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사병 즉, 프로그래머를 일본에 보내고자 한다면 말리고 싶다. 인건비나 개발생산성 등으로 중국이나 베트남 그리고 미얀마나 인도인들을 당해낼 정도의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가능성이 있는 것은 장교 즉, 프로젝트 매니저나 기획자 등으로 일본에 가는 것이다. 프로그래머에 비해 현실적으로 급여가 높기도 하고 현재 일본에 가장 많이 부족한 부분이기도 하며, 또 일본과 유사한 정보화 과정을 거친 우리가 잘 해낼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한국인이 일본에 취업해서 가려면 단순 노동을 하는 '사원'이 아니라 '매니저'로 가라는 것이다. 그래야 한국인으로서 이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는 것. 저자는 오랜 동안 한국의 선진적 정보화 기술을 일본에 전파하는 일을 해오고 있다. 그것도 일본의 한 지자체 공무원으로서 그런 일을 했다. 놀랍지 않은가. 그 폐쇄적인 일본에서 외국인을, 그것도 한국인을 공무원으로 채용하다니 말이다. 저자의 능력이 얼마나 뛰어나길래! 이런 걸 보면 일본도 변화하려는 욕구는 있는 것 같다. 다만 아직은 그 변화를 가로막는 사회적 분위기가 더 큰 게 문제지만 말이다.

 

한국과 일본의 가발 기술을 예로 들며 두 나라의 특징을 설명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 저자는 탈모인이었던 것이다. 책 앞날개에 저자 사진이 실려 있는데 전혀 탈모인인 줄 몰랐는데, 그렇다니 놀랐다. 이 책에선 이렇듯이 저자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이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를 예리하게 설명하고 있다. 앞으로 일본으로 취업하고 싶은 젊은이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나도 그래서 이 책을 읽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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