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이 책은 분량이 적지만, 일본근현대사의 구조와 흐름을 매우 간결하면서도 논리정연하게 정리했다는 점에서 진중하고 울림이 큰 책이다." 일본 메이지 시대의 베스트셀러가 무엇인지 아는가? 아니 그에 앞서 메이지 시대가 어떤 시기였는지 알아야겠다. 메이지 시대는 바로 일본에서 '국가'라는 기본적 구조가 만들어진 시대였다. 이 시대를 알아야 일본이라는 나라의 진정한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다. 메이지 시대의 베스트셀러 그럼 다시 질문. 일본의 건국 시대라 할 수 있는 메이지 시대의 베스트셀러는 무엇일까? 1만엔 짜리 지폐에 그려진 사람이 쓴 책이다. 바로 후쿠자와 유키치의 《학문의 권장》이다. 아래는 그중 한 대목이다. 하늘은 사람 위에 사람을 만들지 않았고, 사람 밑에 사람을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디자인이란 뭘까? 앞에 놓인 컴퓨터 모니터를 보자. 스크린은 네모나다. 겉 색깔은 하얗다. 컴퓨터 모니터는 왜 이렇게 생겼을까? 새로 꺼낸 여름옷들은 왜 이렇게 각양각색일까?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의 표지는 왜 다 다를까? 이것들은 모두 디자인된 것이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각종 생활용품, 이를테면 수저, 밥그릇, 휴대폰, 그리고 매일 입는 옷, 심지어 음식까지 그 모양이 디자인되고 있다. 사물을 편히 이용하기 위해서 그리고 예쁘게 바라보기 위해서 디자인을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디자인은 단순히 약간의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해, 눈 호강을 위해 고안된 것이 아니다. 디자인은 자본의 축적을 위해 탄생했다. 쉽게 말해,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더 많은 물건을 더 많은 사람에게 팔아 이윤을 남기려고 디자..
"돈이 필요 없는 나라가 된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돼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누군가를 위한 일을 하면 돼요." 돈이 필요 없는 나라. 정말? 그게 가능해? 책 제목을 보고 퍼뜩 드는 생각이다. 공기가 없으면 살 수 없듯 돈 역시 없으면 살지 못하는 게 아닐까? 두말하면 잔소리. 돈이 없으면 당장 의식주가 해결이 안 될 테니 말이다. 《돈이 필요 없는 나라》의 저자 나가시마 류진은 어쩌다 이런 상식 밖의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그는 누구인가. 저자의 프로필은 그의 일본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나와 있다. 1958년 도쿄 출생, 개띠다. 키 181㎝에 몸무게는 75㎏, 음, 취미는 노래방 가기와 흉내 내기이고 좋아하는 영화는 이고 좋아하는 배우는…… 손예진, 한지민, 하지원……, 이고 좋아하는 가수..
정재승이라는 사람이 서문을 쓴 책이다. 응? 정재승? 이렇게 대놓고 서문을 쓴 이의 이름을 책 표지에 써놓다니. 역시 갓재승. 요즘 웬만한 책들, 그러니까 꽤 읽을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이는 책들을 보면 정재승 박사의 추천사가 달려 있는 것 같다. 누가 봐도 한국에서 가장 바빠 보이는 사람인데, 언제 이 수많은 책을 읽고 추천사를 써냈을까. 느닷없이 떠오르는 생각이 가장 귀중한 것이며, 보관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 프랜시스 베이컨 책을 펼치자 위와 같은 문장이 불쑥 튀어나왔다. 나는 느닷없이 오늘 저녁에는 베이컨을 먹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느닷없이 떠오른 이 생각이 가장 귀중한 것이고 보관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하니 오늘 저녁은 역시 베이컨, 너로 정했다(사실 먹지는 않았다). 어쨌든 프랜시스 베..
“결국 어떤 영화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은 그 영화를 사랑하는 나만의 이유를 밝히는 작업입니다.” 지하철 가판대에서 매주 을 사서 옆구리에 끼고 다닐 적이 있었다. 영화를 좋아해서라기보다는 영화에 관심 좀 가져보자는 마음에서였다. 그런 내 옆구리를 보고 당시 여자친구는 내가 영화를 아주 좋아하는 줄 알았다. 한번은 우리 커플과 여자친구의 친구 커플, 이렇게 두 커플이 함께 영화를 보러 간 일이 있었다. 여자친구가 말하길 자기 친구가 ‘오빠처럼’ 영화를 엄청나게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아… 그래? 나처럼? 하하. 우리는 광화문에 있는 씨네큐브에서 만났고, 처음 본 친구에게 여자친구는 나를 소개했다. 오빠도 ‘너처럼’ 영화 좋아해. 영화 잡지를 맨날 본다니까. 순간 나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음을 느낄 수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