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마다 영화를 한 편씩 보기로 하고 모처럼 본 영화가 이 영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 일본어 제목은 '万引き家族'인데, 직역하자면 '절도 가족'쯤이 되겠다. 우리나라에 개봉하면서 '어느 가족'으로 타이틀이 번역되었는데, 꽤 괜찮은 번역이라는 생각이다. '어느'라는 말에서 '이런 가족'도 가족일 수 있구나 하는 영화의 문제의식이 잘 느껴지기 때문이다. 근데 영화를 보는 내내 살짝 좀 지루한 감은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번에도 역시 가족 이야기를 하고 있다. 피가 섞이지 않아도 가족일 수 있다. 사회적 또는 법적으로 가족이라 부르기는 애매하지만 분명 그런 가족이 존재한다. 고로 부정할 순 없다. 다만 이게 과연 가족인가? 가족이다. 어떤 가족? 어느 가족이다. 할머니, 아빠, 엄마,..
오늘은 정말 너무 힘든 날. 아침부터 머리가 아팠다. 왜 이렇게 머리가 아픈지 수업을 하는 내내 너무 힘들어서 죽는 줄. 7시간 수업을 했는데, 힘든데도 계속 떠드느라 곤욕. 근데 내일이 생일인데, 그걸 알고 몇몇 학생들이 선물과 편지를 준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선물까지 주고 사실 좀 감동이었다. 근데 이게 절대 기대하진 않았는데, 내 생일을 몰라주는 학생에게는 괜히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오늘의 교훈은 남에게 기대하지 말자는 것. 그리고 선물을 받아서 기분이 좋았는데, 마지막 수업에서 한 학생이 숙제를 안 내줘서 공부를 안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는 사실 좀 기분이 좋진 않았다. 이런 수동적인 학생들은 사실 실력이 그렇게 잘 늘지는 않는다. 실력이 빨리 느..
여름이다. 이제 슬슬 반팔을 입어야 할 시기다. 나처럼 마른 사람은 반팔이 퍽이나 부담스럽다. 빈약한 몸이 고스란히 드러나니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에 턱걸이를 좀 해서 팔뚝이 약간 두꺼워지긴 했지만 여전히 멸치는 멸치다. 사람 역시 무언가가 닥쳐야 한다고, 여름이 닥쳐오니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잘 먹고 잘 자고 운동해서 진짜 멸치 탈출한다. 일단 턱걸이 5회x10세트 푸쉬업 100회 스쿼트 100회
원래 일요일에 수업이 있는데, 5주 차라서 수업이 없다. 그래서 2일 연속을 쉰다. 매일 하루 쉬다가 이틀 연속 쉬니까 정말 쉬는 것 같다. 어제는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고 옷 정리를 했다. 한국에서 누나가 옷을 잔뜩 보내줬다. 집에 있는 옷을 좀 싸서 보내달라고 했더니 내 옷이 후줄근하다며 새로 옷을 사서 보내줬다. 게다가 세탁까지 다 해서 예쁘게 싸서 보내줬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이틀 연속 휴일. 꿀 같다. 뭐 보통 휴일과 다름 없이 집안일하고 수업 준비를 하는 휴일이지만, 마음 상태가 다르다. 그냥 여유롭다. 얼마 전에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을 담당하게 되었는데, 아이는 처음이라 수업 준비를 아이에 맞게 다시 해야 한다. 그거 때문에 또 바쁘다. 바쁜데, 어느 할머니 학생 분이 자꾸 개인적으..
처음으로 일본에서 한국으로 돈을 보냈다. '트랜스퍼와이즈'라는 어플을 이용했다. 근데 일본에서 이거를 이용하려면 마이넘버카드가 필요하다. 오늘 마이넘버카드를 구청 가서 받아 와서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15만엔을 보냈는데 예상 수수료는 1,589엔. 뭐 이 정도면 됐다. 편리하니까 됐다. 언제 한국 계좌에 입금될지는 지켜보자. 신분 확인 절차가 조금 걸려서 바로는 안 될듯하다. 한국에 보낸 돈으로는 주식 조금 사고 나머지는 뭐 한국 공과금 내는 데 써야겠다.
일본에 온 지 3개월 정도가 지났다. 내 새로운 직업은 한국어 강사. 일본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안 되는 일본어로 꾸역꾸역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문법은 가르치지 않는다. 자동차를 운전하기 위해 자동차 구조를 알 필요는 없다. 근데 다른 강사 선생님들은 전부 문법을 가르친다. 나는 거의 문법은 최소한으로 하고, 아니면 아예 가르치지 않는다. 말을 하는 데 문법은 필요 없다, 는 게 내 생각. 만약 학원에서 내 강의 스타일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면 바로 그만두면 된다. 그정도로 가볍게 일을 하고 있다. 아니면 말고, 가 짱이다. 내가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는 없다. 더욱이 문법을 가르치면 나도 그렇고 학생들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대체 말을 하기 위해서 '빠르다'를 '빨라요'로 바꾸는 방법을 왜 알..
2020년 9월 주식을 시작해서 5개월 정도 지났다. 간단히 정산을 해보면 투자한 금액의 두 배가 넘었다. 음, 작년 가장 잘한 일은 역시 주식 투자를 시작한 일. 1년 내내 개고생해서 벌 돈을 단 5개월 만에 벌었다. 참, 허망하도다.
도쿄에 온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그사이 벌써 집 전체가 흔들리는 지진을 두 번이나 겪었다. 코로나가 심각하여 전철을 타고 어디 가 본 적은 없다. 그저 동네를 어슬렁거릴 뿐. 집 근처에 도쿄 스카이트리가 있고, 아사쿠사가 있고, 우에노공원이 있어서 퇴근 전이나 후에 산책이나 운동을 하러 가는 게 일상의 전부다. 간소하고 질서 있는 생활을 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뭐 어느 정도는 달성한 셈이다. 천명관이었나, 그의 소설에서 그가 "인생이란 매일 쌓이는 먼지를 닦아 내는 일"이라고 했는데, 요즘 딱 그런 인생을 살고 있다. 이놈의 먼지는 매일 닦아도 매일 쌓인다. 퍽 많은 먼지를 닦아 내다가 그것도 질리면 다시 한국으로 가면 되겠지, 라는 퍽 가볍고 그렇지만 불안한 마음으로 지내는 나의 삼십대 중반의 동경..
작년 12월 그러니까 2020년 12월 22일에 일본에 왔다. 회사에서 제공해주는 기숙사에서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치고 지금은 첫 출근일을 앞두고 있다. 한국에는 눈이 많이 내렸다고 하는데, 도쿄는 한국에 비하면 여름일 정도로 춥지 않다. 춥긴 하지만 한국에 비하면 말이다. 롱패딩을 가져왔지만, 롱패딩을 입을 만큼의 날씨는 결코 아니다. 몰랐던 사실인데, 일본에서 롱패딩 입은 사람은 죄다 한국인이라고 한다. 그런 소리를 들으니 롱패딩을 입기가 왠지 그래졌다. 그치만 추을 때는 당당히 롱패딩을 꺼내 입을 것이다. 내일이 첫 출근일인데, 사실 준비는 안 되어 있다.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냥 가 보면 알게 되겠지, 라는 생각. 기숙사에는 총 12명이 살고 있는데, 남자 6, 여자 6이다. 남자 2, 여..
드디어 오늘 일본에 간다. 드디어인지 기어이인지 모르겠다. 잘할 수 있을까. 나는 지금 어떤 기분이어야 할까. 코로나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 제대로 된 인사도 나누지 못했고, 떠남 없이 떠나는 듯한 느낌. 나 떠나도 아무런 공백이 없을 만큼의 여유 없음. 어디 있으나 괜찮을 존재였던 나는 어찌 보면 떠난 흔적 없이 떠나는 게 홀가분하기도. 사실 큰 미련은 없다만, 그래도 미련이라고 한다면 가족. 엄마와 사랑스러운 조카들을 당분간, 얼마가 될진 모르겠지만, 못 본다는 건 심적으로 타격이 좀 있다. 노스탤지어. 아 형수병에 취약한 나로서는 그게 몹시도 두렵다. 조카가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하나. 조카의 그 살 냄새가 그리우면 어떻게 하나. 엄마가 해주던 음식이 생각나면 어떻게 하나. 짐을 되는 대로 쌌는데, 뭘..
주식 투자를 시작하고 계속 지켜보며 투자하는 기업 중 하나가 캐나다의 차 브랜드 업체인 데이비드티(davidstea)다. 올해 코로나로 미국과 캐나다에 있는 매장을 대거 폐쇄하고 구조조정이라는 어려움을 겪으면서 내려갈 것도 없는 주가가 1달러 아래로 폭락했었다. 하지만 데이비드티는 전략을 바꿔 다시 스멀스멀 기어오르고 있다. 오늘 2020년 3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좋다. seekingalpha.com/pr/18124113-davidstea-reports-third-quarter-fiscal-2020-financial-results DAVIDsTEA Reports Third Quarter Fiscal 2020 Financial Results GlobeNewswire 145.5% increase in e..
종목 수를 줄이고 있다. 현재 종목은 7개를 보유 중인데, 너무 많다. 처음 투자를 시작했을 땐 호기심과 욕심에 12개까지 보유했었다. 시드가 적은데 이렇게 종목을 많이 보유하는 건 수익 측면에서 매우 비효율적이다. 100만 원의 10%는 10만 원이지만, 1,000만 원의 10%는 100만 원이다. 주식 투자에도 '선택과 집중' 전략이 적용된다. 시드가 적으면 분산 투자는 현명하지 못한 전략이다. 현재 내 시드는 2,000만 원 정도이니, 종목을 2~3개로 줄이려 한다. 그리고 장기로 분할해서 매수한다. 투자하고 싶은 종목이 많아서 종목 수를 줄이기가 쉽지만은 않다. 유독 애정이 가는 종목이 있는데, 차마 가질 수가 없다. 사랑해도 이루어질 수 없는 인연이 있는 법이다. 내가 너무 작아서 널 품을 수가..